부산소방본부 119 무전망을 도청해 사고현장의 시신운구나 장례를 선점한 조직이 경찰에 적발됐다.
부산 남부경찰서(서장 박재구)는 A씨(29) 등 4명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B씨(33)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7일 밝혔다.
A씨 등은 2015년 2월부터 지난 7월 25일까지 부산소방본부에서 지령하는 각종 사고사 및 변사현장에 먼저 출동해 시신을 운구하고 장례를 선점하기 위해 조직원 간에 24시간 교대로 119무전망을 도청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부산진구 주택가 또는 원룸 등을 옮겨 다니며 감청에 필요한 무전기 등을 갖춘 감청상황실을 설치하고, 상황실 내 무전기와 중계용 휴대폰을 설치해 일상생활을 하면서 아무 곳에서나 무전내용을 감청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으로 119구급망을 도청했다.
이들은 2~3개월 단위로 주택과 원룸 등으로 감청상황실을 옮겼고, 무전망 감청을 위해 3~4개팀으로 조직원을 편성해 교대로 24시간 공백없이 무전망을 감청했다.
더불어 감청상황실 단속에 대비해 각 팀별로 상황실을 독립적으로 운영해 왔으며, 무전망 감청으로 출동한 횟수는 팀별로 매월 10차례에 달하는 것으로 미뤄 이들이 선점한 시신은 1000~1100구에 달했다.
이들은 또 부산소방본부 홈페이지를 통해 신고접수 시간과 재난지점이 실시간으로 게시된다는 점을 악용해 변사현장 지점을 특정하는데 활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같은 수법으로 시신을 선점한 이들은 유족들로부터 시신운구에 경비로 10만원을 챙겼고, 장례까지 유치하면 장례식장으로부터 150만~180만원 상당을 챙겼다.
경찰은 지난 4월 부산 전역에서 소방 무선망을 광범위하게 도청하고 있는 조직이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5개월 동안 수사를 벌인 끝에 감청상황실까지 특정하고 이들 조직원을 검거했다.
한편 부산소방안전본부는 구급전용 무전망을 지난 8일자로 디지털 방식으로 전면 교체했고, 부산소방본부 홈페이지 내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출동정보도 12시간 이후 제공하는 방식으로 시스템 변경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부산소방본부는 소방청에 요청해 전국 18개 시도 소방본부 중 실시간 출동정보를 제공하고 있던 서울본부, 경기본부 등에 유사사례 방지를 위해 전면 시스템을 변경했다고 덧붙였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