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하 참사’를 연상케 했다. 2006 도하 아시안 게임에서 일어난 대한민국 야구의 흑역사를 그대로 재연하는 수순으로 가고 있는 듯하다.
그 당시 대만과의 경기에서 2-4로 패했다. 이어진 일본과의 경기에선 4-0으로 앞서가다 7-10으로 역전패했다. 프로야구 드림팀으로 구성됐던 한국 대표팀은 사회인 야구 선수로 구성된 일본에게 당한 것이다. 이 대회에서 대한민국은 동메달을, 대만은 금메달을 차지했다. 풀시즌을 치른 선수들을 끌어모으고, 사이사이에 병역 미필 선수로 채워넣은 게 화근이었다.
이번 아시안게임도 비슷한 전철을 밟아가는 모양새다. 아시안게임 3연패를 노리는 한국 야구대표팀이 대만과의 첫 경기에서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선동열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26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겔로라 붕 카르노(GBK) 야구장에서 열린 대만과의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B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1-2로 패했다.
에이스 양현종의 대만전 선발 출장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러나 대만이 양현종의 패스트볼에 그만큼 대비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놓쳤다. 양현종이 정규시즌에서 많은 투구로 인해 피로가 누적돼 있어 구속이 예전만 하지 못하다는 사실은 무시했다. 패스트볼 승부를 고집하다 1회초 투런 홈런을 허용했다. 유일한 실점이었기에 너무나 뼈아팠다.
양현종은 2회부터 제 페이스를 찾았다. 2회부터 6회까지 책임지면서 단 1점도 허용하지 않았다. 6이닝 4피안타(1피홈런) 4탈삼진 2실점으로 제 몫을 했다. 7회부터 올라온 불펜 투수들은 제 몫을 다해주며 추가 실점은 막은 것은 위안거리다.
타선은 실업야구 선수들이 주축이 된 대만 투수들에게 눌려 단 5안타에 그쳤다. 실업야구에서 뛰는 사이드암 기교파 투수인 우셩펑은 한국 타자들을 5회까지 4피안타 2볼넷 1실점으로 막았다. 이후에도 공격다운 공격은 전혀 없었다. 말그대로 허우적대기 일쑤였다. 그나마 유일한 1점은 김재환(두산)의 홈런이었다. 전혀 대비가 되지 않은 듯한 모습이었다.
이날 패배가 탈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남은 인도네시아. 홍콩과의 경기를 모두 이기면 B조 2위로 슈퍼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다. 그리고 슈퍼라운드에서 일본을 대파하게 되면 결승전 진출이 가능하다. 오늘 보여준 약점들을 보완해 준비해 나가면 된다. 대한민국은 아직 1패에 불과하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