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명문 대학교 학생들이 노동자들과 함께 독립된 노동조합 결성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에서 노조 결성 추진은 30년 만의 일이다.
중국 남부 광둥성 선전의 용접기 제조공장 ‘제이식(JASIC)’에서 근무하는 공장 직원들은 지난 5월부터 독립된 노동조합 결성을 추진하고 있다. 해당 공장은 직원들을 ‘노예’로 취급하는 것으로 악명 높다. 이에 회사 측은 직원들이 노조를 만들기 전, 회사의 이익을 대변하는 다른 노조를 먼저 설립했다. 이에 노사 간 충돌이 악화됐고, 7월 하순쯤 직원 30명이 구속됐다.
이런 사실이 전국적으로 알려지자 중국베이징대학교, 런민대학교, 남경대학교 등 각종 명문 대학교 학생들은 7월 선전을 찾아갔다. 20여명의 학생들은 마오쩌둥 사상에 영감을 받은 이들로, 노동자들과 함께 중국 사회의 빈부 격차를 비판하고 노조 설립을 지지했다. 학생들이 지지를 보내고 노동자들을 돕기 시작하자, 학생과 노동자 50여명은 이달 24일 오전 5시 중국 공안에 구속되고 말았다. 중국 매체 신화통신은 24일 “해외 비정부기구(NGO)가 배후에서 직원들을 선동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제이식 노동자들과 학생들은 다양한 시위도 이어갔으나, 익명의 조직폭력배들의 체포 및 구타로 인해 번번이 막혔다. 하지만 학생과 활동가들은 SNS를 통해 그들의 메시지를 전했고, 중국 전체에 연대감을 불어넣었다.
그렇게 지난주부터 시위를 조직하는데 사용된 모든 SNS 게시물과 채팅은 당국에 의해 차단되고 억압됐다. 중국 공산당이 관리하는 중국의 공식 노조는 회사 측이 결성한 노조의 편을 들었고, 직원들이 설립하려는 노조와 대화를 시도한 추가적인 두 명의 근로자와 학생을 체포했다.
중국에서는 톈안먼 사건 이후 독립 노동 조합을 설립하는 게 금지되어있다. 당시 학생들과 근로자들은 독립 노조를 만들었지만, 정권에 항거하자 군부 단속과 학살이 자행됐다.
중국 노동자들의 인권을 대변하는 비정부기구 중국노동회보(CLB)에 따르면 노동 불안정과 파업은 흔한 일이지만, 선전 제이식 제조공장에서 일어난 노조 요구는 드문 사례다. 거의 30년 만에 처음으로, 대학생들이 근로자들과 합세해 정의를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중국노동회보의 부회장은 “급속하게 증가하는 부의 격차, 금융 및 정치 엘리트 힘에 대해 가난한 시민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며 “이번 노동자 운동은 현 정권의 이데올로기적 기반과 정당성을 흔들었다”고 밝혔다.
박세원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