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지만 이산가족 상봉을 모두 마치겠습니다”
26일 오후 1시 1분,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차 상봉단 작별상봉 종료를 알리는 안내방송이 나오자 금강산호텔 2층 연회장은 나흘 만에 다시 울음바다가 됐다. 북측 식구들이 버스에 탑승할 때까지 연회장을 지켜야 했던 남측 가족들은 저마다 창밖을 바라보며 애타게 북측 가족의 이름을 불렀다.
북측 언니를 따라나가려다 남측 진행요원에게 제지당한 박유희(83) 할머니는 남편이 호텔 안으로 들어가자고 권유하자 “나 좀 가만히 내버려둬, 1분 1초가 아까운데 속상해. 언제 볼지 모르는데 우리 언니잖아, 언니…”라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북측 가족들이 버스에 탑승하고, 배웅해도 좋다는 안내가 나오자 남측 가족들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주차장으로 뛰쳐나갔다.
남쪽 피영애(81) 할머니는 북쪽 사촌언니인 피순애(86) 할머니가 탑승한 구급차가 출발하려 하자 “언니, 언니”하며 뒤쫓아갔다. 피순애 할머니가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자 피영애 할머니는 언제 다시 만나게 될지 알 수 없는 사촌언니의 얼굴을 감싸안고 다급하게 입을 맞췄다. 그리고는 구급차가 떠난 자리에 주저앉아 남쪽 가족을 붙잡고 오열했다.
68년 만에 남쪽의 아들을 만난 조덕용(88) 할아버지도 아들이 버스 옆으로 다가오는 모습을 보고는 통곡했다. 아버지는 버스 창문을 열고 손을 내밀어 아들 정기(67)씨의 손을 잡았다. 아들은 “아버지, 오래 사셔야 돼. 그래야 한 번 더 만나지. 건강하게 사셔서 다음에 또 뵐게요”라고 말했다. 정기씨는 아버지가 탄 버스가 출발하자 계속 따라가며 손을 흔들었다. 남측 이산가족 324명 중 가장 마지막까지 버스를 따라간 이가 정기씨였다. 버스가 시야에서 사라진 후 정기씨는 “68년 만에 처음 보고 마지막이 됐어”라며 북받치는 설움을 간신히 달랬다.
다른 남쪽 가족보다 조금 늦게 북쪽 오빠가 탄 버스를 찾은 정영기(84) 할머니는 오빠 정선기(89) 할아버지의 모습을 발견하자마자 버스에 매달려 “아이고, 아이고”하고 통곡했다. 오빠도 여동생의 손을 놓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버스가 출발하려 했지만 여동생은 쉽게 오빠의 손을 놓을 수 없었다. 오빠가 떠난 자리에서 정 할머니는 “아이고, 이를 어째, 우리 오빠를 어떡해, 아이고”라며 남은 가족을 부둥켜안고 울었다. 이를 바라보던 북측 취재진이 오빠 대신 정 할머니의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리며 위로했다.
금강산=공동취재단,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