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숙희(90) 할머니는 언제 다시 만날지 알 수 없는 이별이 다가오자 한 살 어린 남측 남동생 이용희(89) 할아버지의 손을 꼭 잡고 오열했다.
이숙희 할머니는 26일 오전 금강산호텔 작별상봉장에서 기다리던 남측 가족의 얼굴을 보자마자 흘러내린 눈물을 멈추지 못하고 손에 들고 있는 손수건으로 입을 막았다. 이용희 할아버지도 한 손엔 누나의 손을 잡았고, 다른 한 손으로는 손수건으로 연신 흐르는 눈물을 훔쳤다.
이숙희 할머니는 한평생 그리워했던 사촌언니가 건강상의 이유로 이번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참석하지 못하자 그리운 마음을 편지에 담아 전했다. 할머니는 “보고 싶은 언니, 별세한 줄 알았더니 건강하게 (살아) 있다니 반갑기 그지없다”며 “아무쪼록 몸 건강히 있길 바라고, 통일된 그날까지 나도 살아서 다시 만나길 바란다”고 적었다.
북측 이산가족인 박영희(85) 할머니는 기약 없는 이별을 앞두고 잠이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영희 할머니가 “잠을 못 자서 수면제를 먹고 잤다”고 말하자 남쪽 여동생 박유희(83) 할머니도 “나도 지난밤에 한 숨도 못잤다”고 말했다. 박유희 할머니는 휠체어를 탄 언니를 껴안으며 “언니, 학생때 헤어져서 너무 아쉬웠어. 다시 만날 날이 또 있겠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게 무슨 불행한 일이야. 가족끼리 만나지도 못하고…”라며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언니가 “통일이 되면 (만날 수 있어)”라며 달래봤지만, 이별을 앞둔 동생은 “그 전에 언니가 죽으면 어떡해…”라며 오열했다. 쓰러질 듯 흐느끼는 동생에게 언니는 “내 죽지 않는다. 죽지 않아”라고 힘주어 말했다.
북측의 이근숙(84) 할머니도 남측의 이복형제들의 목덜미를 끌어안고 작별상봉 내내 울었다. 이근숙 할머니가 작별상봉장에 들어서자마자 막내 동생인 황보해용(58)씨는 달려가 누나를 끌어안고 울기 시작했다. 셋째 동생 황보우영(69)씨는 사흘 내내 그랬든 누나의 어깨를 꼭 끌어안고, 어깨에 얼굴을 파뭍었다. 나머지 가족들도 전쟁이 갈라놓은 다섯 남매의 이별 장면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막내 해용씨는 정신을 차리자마자 곧 헤어질 누나의 모습을 카메라로 담느라 분주했다.
남측 여동생 김정숙(81) 할머니는 북측 언니 김정옥(85) 할머니에게 사과를 잘게 잘라 먹여주며 “언니, 울지 말고 떠나. 이다음에 또 만날 수 있잖아”라며 겨우 말을 이었다.
작별상봉장에서 남북 이산가족들은 서로를 향해 건강하라고, 아프지 말라고 당부했다. 북측 정휘경(79·여)씨는 9살 많은 남쪽 언니 재록(88)씨가 아무 말도 못하고 눈물만 흘리자 “아프지 말라”고 계속 말했다. 누나의 시선을 피하며 간신히 울음을 참고 있던 남측 남동생 최성택(82)씨도 85세의 북측 누나가 “건강히 있어야 돼”라고 귓속말을 건네자 끝내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금강산=공동취재단,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