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뜨거운 ‘삼성 뇌물’ 법리 논쟁…대법원에서 최종 ‘교통정리’ 전망

입력 2018-08-26 15:30 수정 2018-08-26 15:36


지난해 8월 2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1심 선고가 내려진지 1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국정농단 사건을 둘러싼 법리 논쟁이 뜨겁다. 24일 박근혜 전 대통령 항소심 재판부가 1심 판단을 뒤집고 삼성 경영권 승계의 존재를 인정하면서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됐다.

예상대로 삼성 뇌물 사건은 대법원에서 최종 ‘교통정리’될 전망이다. 사안이 중대하고 쟁점이 복잡한만큼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될 것으로 보인다. 전합에는 김명수 대법원장과 대법관 12인 전원이 심리에 참여한다. 국정농단 핵심 피고인 중 가장 먼저 법적 판단이 내려진 이 부회장 등 삼성 수뇌부 사건은 상고심에 올라가 대법원 3부에서 심리하고 있다.

쟁점은 대법원이 “삼성의 경영권 승계는 존재했다”고 인정할지 여부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삼성이 박 전 대통령에게 총 433억여원의 뇌물을 줬다고 공소 제기했다. 승마지원금 213억은 단순뇌물죄,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204억원과 영재센터 지원금 16억여원은 제3자 뇌물죄를 적용했다. 공여자와 수수자 간에 직무관련성만 있으면 되는 단순뇌물죄와 달리 제3자 뇌물죄는 ‘부정청탁 대상’이 있어야한다. 특검은 삼성에게 승계작업이라는 해결해야할 현안이 있었고, 박 전 대통령을 통해 최씨 딸 정유라씨의 승마지원으로 나아갔다고 법리를 구성했다.

이 부회장 1심 재판부는 포괄적 현안으로서 승계작업이 존재했다고 봤다. 개별적 현안에 대한 묵시적·명시적 청탁은 입증되지 않았지만, 포괄적 현안에 대해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인정된 뇌물액은 영재센터 16억원과 실제로 최씨가 받은 승마지원금 72억원이었다. 박 전 대통령 항소심재판부도 삼성이 낸 말 보험료 2억원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 이 부회장 1심 재판부 판단과 궤를 같이했다.

이 부회장 항소심 재판부는 뇌물 범위를 가장 엄격하게 봤다. 개별현안에 대한 명시적·묵시적 청탁이 없는데 포괄현안이 존재했다고 보는 것은 모순된다는 판단이었다. 이에 따라 영재센터 지원금 뇌물은 무죄가 됐다. 고급 마필 3마리에 대해서도 삼성이 소유권을 가지고 있었다며 코어스포츠 용역대금 36억여원만 뇌물로 인정했다. 뇌물공여액이 대폭 줄어듦에 따라 이 부회장에게는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이 선고됐다. 이 부회장은 353일만에 석방됐다. 박 전 대통령 1심 재판부도 승계작업의 존재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지만 마필에 대한 뇌물죄는 유죄로 보고 72억여원을 뇌물액으로 인정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