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투수 오현택(33)의 의로운 행동이 전해졌다. 경찰이 뺑소니범을 검거하는 데 결정적 도움을 일조한 것이다.
25일 오전 자신의 승용차를 몰고 가던 20대 남성이 부산 우동 BMW 매장 앞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20대 여성을 치고 달아났다. 당시 자신의 승용차에서 신호 대기 중이던 오현택이 사고 장면을 목격했다. 오현택은 즉시 112에 신고한 뒤 경찰 순찰차와 연락하면서 뺑소니 차량을 추적했다. 잘 나가는 선수로선 외면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괜히 휘말렸다간 억울한 일을 당할 수도 있는 순간이었다. 부상 위험도 있었다. 결국 오현택은 외면하지 않았고, 뺑소니범은 붙잡혔다. ‘의인’다운 행동이었다.
오현택의 행동이 더욱 값진 것은 그의 야구 이력때문이다. 2009년 두산 베어스 소속으로 데뷔한 오현택은 2013년 5승 5세이브 7홀드, 2014년 4승 4홀드를 기록하며 잠깐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그것도 잠시 2015년 11월과 2017년 3월 두 차례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다. 존재감을 잃어가고 있었다. 롯데는 그런 오현택은 올해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영입했다. 연봉은 불과 6000만원이었다. 9년간 뛰던 두산을 떠난 그는 롯데에서 완벽히 부활했다.
오현택은 당당히 홀드 1위에 올라 있다. 54게임에 출전해 50.2이닝을 던져 20개의 홀드를 기록하고 있다. 2승2패에 평균 자책점도 3.55로 준수하다. 이미 2015년 13개의 개인 홀드 기록은 넘었다. 구승민-손승락과 함께 필승조를 구축하며 후반기 진격의 롯데에서 뒷문을 책임지고 있다. 만일 그가 홀드왕을 차지한다면 2차 드래프트 직후 시즌에 개인 타이틀을 차지하는 첫 선수가 된다.
아직 홀드왕을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추격하는 선수들 또한 무시무시하기 때문이다. 넥센 히어로즈 이보근이 19개의 홀드로 바짝 뒤쫒고 있다. NC 다이노스 원종현 또한 18개의 홀드를 앞세워 경쟁에 뛰고 있다.
오현택의 통산 성적은 289게임 출전에 14승 11패, 5세이브, 48홀드다. 평균 자책점은 4.08이다. 화려한 선수들에 비해선 보잘 것 없게 다가온다. 그러나 오현택은 그라운드에 뛰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한다. 아픔을 이겨낸 그이기에 그의 의인 행동은 더욱 값지게 다가온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