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스 막판 치고 나간 최경선… 김도연은 속으로 외쳤다

입력 2018-08-26 13:53 수정 2018-08-26 19:42
김도연(오른쪽)이 26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 경기장의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 마라톤 결승선으로 들어오고 있다. 먼저 골인한 최경선은 김도연을 결승선에서 기다렸다. 자카르타=윤성호 기자

김도연은 레이스 초반만 해도 선두권에 있었다. 중간 지점 기록은 2위. 그대로 완주하면 메달을 목에 걸 수 있었다. 힘이 빠진 건 반환점부터였다. 25㎞ 지점을 지날 때 4위, 30㎞와 35㎞ 지점을 지날 때 5위로 밀렸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 마라톤은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 시내를 돌고 출발선과 같은 겔로라 붕 카르노 경기장 트랙으로 돌아오는 42.195㎞ 코스다. 대표팀 선배 최경선은 레이스 막판부터 치고 달리기 시작했다.

이미 선두권에서 멀어진 김도연은 마음속으로 외쳤다. ‘제발 언니만이라도 메달을 땄으면….’ 하지만 선두권은 추월을 허용하지 않았다. 최경선은 2시간37분49초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3위인 북한의 김혜성(2시간37분20초)에게 29초 차이로 밀린 4위였다.

그렇게 한국의 메달은 무산됐다. 김도연은 2시간39분28초를 기록해 6위로 골인했다. 최경선과 김도연 모두 메달권에 진입하지 못했지만 ‘톱10’으로 완주했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결승선 옆에서 눈물을 쏟으며 서로를 부둥켜안았다. 김도연은 경기를 마치고 국민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자신보다 앞서 달리던 최경선의 마지막 스퍼트를 떠올렸다.

-마라톤은 완주만으로도 훌륭하다. 왜 울었나.
“많은 사람들이 메달을 바라고 응원해줘 노력했지만 조금 미치지 못해 아쉽다. 내 스스로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지 못한 것 같다. 앞으로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픈 곳도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참고 뛰었나.
“지금은 괜찮다.”

-중간 지점 2위였는데 레이스 후반에 힘이 빠진 듯 했다.
“(레이스) 후반부에 날씨가 너무 더워졌다.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뛰면서 무슨 생각을 했는가.
“페이스가 초반에 빠르지 않았다. 후반에 승부하기 위해 참자는 생각을 많이 했다. 후반에는 끝까지 포기하지 말자고 생각했다.”

-지금 가장 하고 싶은 것은.
“잠을 좀 푹 자고 싶다. 훈련하면서 계속 새벽에 깨 달려야 했다. 이제는 늦잠을 좀 자보고 싶다.” (마라톤 훈련은 매일 새벽 6시에 시작된다)

-최경선이 레이스 막판에 앞으로 나갔다. 어떤 생각이 들었나.
“일본 전지훈련을 언니(최경선)와 함께 했다. 나는 부상이 있어 잘 못 했지만 언니는 잘 했다. 언니가 앞으로 치고 나갈 때 ‘꼭 메달을 땄으면, 언니는 꼭 메달을 따라’ 하는 마음이었다.”

자카르타=이경원 기자,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