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들이 얼마나 제구력을 잘 가져가느냐 하는 부분이 중요할 것 같아요. 상대 타자의 약점보다는 우리 투수가 갖고 있는 장점을 살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난 25일(한국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겔로라 붕 카르노(GBK) 야구 경기장에서 만난 이종열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대만과의 첫 경기 관건은 결국 제구력”이라고 말했다. 이 해설위원은 이번 대회에서 상대국의 전력을 분석해 대표팀을 돕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 해설위원은 그라운드에 눈길을 고정한 채 “대만에는 장타력이 있는 선수들이 많다”고 말했다. 저녁 무렵으로 접어들며 조금씩 선선해지는 그라운드에는 한국에 이어 대만이 팀 훈련을 펼치고 있었다. 제법 큰 타구를 경기장 밖으로 날려 보내는 선수들도 있었다. 앞서 김인식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 고문은 “대만의 ‘해외 유턴파’들의 장타력은 조심해야 할 부분”이라고 짚었었다.
아시안게임 공인구가 KBO 리그의 공과 다르다는 점도 제구력에서의 변수다. 투수들은 이번 공인구가 가벼운 느낌이라고 입을 모았다. 리그와 사뭇 다른 아시안게임은 예민한 투수들에게 뭔가 껄끄러운 대회였다. 천하의 류현진도 아시안게임에서는 9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적이 있다.
이 해설위원은 상대와 똑같은 환경이라며 자신감을 강조했다. 그는 “공인구가 익숙하지 않다는 것은 대만이나 우리나라나 똑같은 상황”이라며 “경기에 들어가서 (감을) 잘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주어진 조건이 같다는 건 유지현 코치도 강조했다. 그는 “(경기장 등 환경이) 베스트는 아니지만 같은 조건이다”며 “우리 선수들의 경험이 더 많다”고 말했다.
투수진의 맏형 정우람이 자카르타에 와서 최우선으로 강조한 것도 제구력이다. 그는 현재 리그 마무리 투수 중 가장 빼어난 성적을 기록 중이다. 최근에야 아시안게임 공인구를 만져 봤다는 그는 이 해설위원처럼 “(대만엔) 공격적인 타자들이 있다”며 경계했다. 그는 “제구가 가장 중요하다” “(만일 등판한다면) 제구에 신경 쓰겠다”고 말했다.
포수 양의지는 예민한 투수들을 은근히 치켜세웠다. 그는 취재진 앞에서 ”투수들이 다들 베테랑이다”며 공인구나 제구력의 문제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보였다. 양의지는 “내가 잘 던지게 도와 주겠다. 선취점을 안 주도록 하는 수비를 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은 26일 오후 8시30분 GBK 야구 경기장에서 대만을 상대한다. 예선 첫 경기다. 하지만 대만은 결국 결승전에서 다시 만날 상대로 평가되고 있다.
자카르타=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