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애리조나주의 전 KFC 매장과 멕시코의 한 가정집이 터널로 연결돼 있었다. 불법 이민자들이 오가는 터널이 아닌, 마약 운반을 위한 비밀 통로였다.
현지 KYMA 뉴스에 따르면 미국 애리조나 당국은 이달 13일부터 수사를 시작했다. 애리조나 경찰은 지금은 레스토랑으로 바뀐 전 KFC 매장의 주인 이반 로페즈 가르시아가 플라스틱 상자 여러 개를 밖으로 빼낸 후 트레일러에 싣는 것을 목격했다. 경찰은 해당 트레일러가 교통 정체로 멈춰서자, 트레일러에 불법 장비가 장착됐다며 가르시아를 차에서 내리게 했다. 그 사이 마약 탐지견을 활용해 플라스틱 상자 안에 마약이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상자에는 118㎏의 메탐페타민, 6g의 코카인, 3㎏의 펜타닐, 21㎏의 헤로인 등으로 약 100만 달러 상당의 마약이 담겨 있었다.
가르시아는 조사 과정에서 비밀 통로의 존재를 시인했다. 조사 결과, 미국 애리조나주 산루이스의 전 KFC 건물 지하에서 멕시코 산루이스 리오 콜로라도의 한 가정 침실로 연결되는 180m 길이의 땅굴이 적발됐다. 깊이 6.7m, 높이 1.5m, 폭 0.9m로 뚫린 땅굴이었다. 사람이 오가며 마약을 운반한 게 아닌, 줄을 당겨 마약이 옮겨진 것으로 추정된다. 당국은 건물주 가르시아를 체포해 땅굴을 뚫은 이들의 신원을 파악하고 이들이 얼마나 많은 마약을 들여왔는지 추궁하고 있다.
이반 로페즈 가르시아란 이름의 이 남성은 메탐페타민과 코카인을 유통할 의도를 가진 혐의로 연방 법원에 기소된 상태다. 가르시아는 올해 4월 이전에 KFC 매장으로 사용됐던 해당 건물을 39만달러에 사들였다. 당국은 “레스토랑 안은 비어 있었으며, 상업 목적으로도 활용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건물을 구입한 그는 멕시코 코로라도의 한 가정집 침실 아래까지 약 180m를 연결해 터널을 만들었다.
미국과 멕시코를 연결해 밀수품·마약을 운반하거나, 이민자들을 이동시킨 터널은 이전에도 수차례 발견됐다. 2016년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당국은 샌디에이고 오테이 메사에서 멕시코 티후아나까지 연결된 길이 804m의 마약 밀수 땅굴을 적발했다. 2012년에는 멕시코 소노라주에서 미국 애리조나주 산루이스를 연결하는 땅굴을 발견하기도 했다.
박세원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