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한 명문여고에서 근무하는 교무부장의 쌍둥이 자녀가 나란히 문·이과 전교 1등을 차지해 서울시교육청이 특별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두 학생이 ‘같은 오답’을 적어낸 경우가 여러 차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24일 오후 서울시교육청은 이런 내용을 담은 ‘서울 강남 A고교 사안보고 결과’를 공개했다. 해당 고교의 현직 교무부장의 자녀인 고등학교 2학년 두 쌍둥이 중 한 명(이과생)은 1학년 1학기엔 전교 59등, 2학기엔 전교 2등을 했다가 올해 1등을 했다. 다른 한 명(문과생)은 1학기 121등, 2학기 5등을 한 뒤 올해 1학기에 1등을 차지했다.
그간 A고교 학생과 학부모들은 “시험이 끝난 후 정답이 정정된 시험이 있었는데 쌍둥이 자매는 정답이 정정되기 이전의 답을 똑같이 적어냈다”며 이 두 자매의 아버지인 교무부장이 시험지와 답안지를 결재할 때 답안을 유출했다고 주장해왔다.
시교육청은 “교무부장이 학교의 고사 관리 총괄업무 담당이며 결재선에 있었던 것, 그리고 쌍둥이 자매의 성적 급등은 모두 사실”이라고 밝혔다.
또한 쌍둥이 자매가 정답이 정정되기 이전의 답을 똑같이 적어낸 경우가 몇 차례나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렇다고 쌍둥이 자매가 미리 답을 알고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며 “한 문제는 오답률이 70%에 달했고, 쌍둥이들과 같이 정정 전 정답을 적어낸 아이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쌍둥이 자매가 수행평가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학생이 만점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번 조사 결과 새로운 사실도 확인됐다. 교사와 자녀가 같이 이 학교에 다니는 사례가 쌍둥이 자매 말고도 2명이 더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시교육청은 교사와 그 자녀가 같은 학교에 다니지 못하도록 하는 ‘상피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시교육청은 “30일 감사 결과 및 향후 대처 방안을 밝힐 것”이라며 “필요시 경찰 수사의뢰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시교육청은 A고교가 학교생활기록부 작성 및 관리지침을 어기고 교과우수상과 학업성적 최우수상을 중복해 수여하는 점도 확인하고 시정하도록 지시했다. 자녀가 속한 학년 시험문제 출제 및 검토에서 관련 교원을 배제하지 않은 점도 바로잡도록 했다.
한편 지난 7월24일 해당 고교 학부모의 민원이 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 제기되면서 문제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현직 교무부장 B씨의 자녀가 문과와 이과에서 각각 1등 차지했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앞서 학원가와 학부모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B씨가 교사라는 직위를 이용해 시험지를 사전 유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논란이 일자 B씨는 학교 커뮤니티에 “아빠와 같은 학교를 다닌다는 이유로 아이들의 밤샘 노력이 평가절하되고 심지어 의심까지 받게 돼 마음이 상한다” “아이가 자는 시간이 하루 4시간을 넘지 않는다”는 글을 올렸다. 현재 B씨의 글은 삭제된 상태다.
박세원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