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이 강한 철인” 손아섭, 3년 연속 전 경기 출장중

입력 2018-08-26 00:19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깨지기 힘든 기록 중 하나가 연속 경기 출장이다. 칼 립켄 주니어의 2632경기다. 루 게릭의 2130경기를 경신 한 이후 그 누구도 이 기록의 절반조차 달성하지 못했다. 일본에선 지난 5월 도리타니 다카시의 연속 출장 기록이 1939경기에서 멈췄다. 역대 1위 기록은 기누가사 사치오의 2215경기 연속 출장이다.

KBO 원조 철인은 MBC 청룡의 김인식이었다. 프로야구 원년 개막전부터 1987년 10월 3일 사직 롯데전까지 606경기에 연속 출장했다. 이어 OB 베어스 김형석이 1989년 9월 24일 인천 태평양과의 더블헤더 제2경기부터 1994년 9월 4일 군산 쌍방울전까지 622경기에 연속으로 빠짐없이 나섰다. 이를 훌쩍 뛰어넘은 선수가 출현했다.

최태원 KT 위즈 코치다. 최 코치는 쌍방울 시절이던 1995년 4월 16일 광주 해태전부터 SK 시절이던 2002년 9월 8일 인천 현대전까지 1014경기에 연속으로 나섰다. 단연 따라올 자가 없는 최장 기간이다. 철저한 몸 관리와 강한 정신력, 출중한 기량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기록이다. 1996년부터 2001년까지 6년 연속 전 경기 출장 선수에 이름을 올렸고, 무려 8년에 걸쳐 신화를 만들어 냈다.

이후 도전자는 있었지만,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KT 황재균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618경기를 연속으로 뛰었다. KIA 타이거즈의 이범호도 615경기에 멈췄다. 한화 시절이던 2008년 6월 4일 광주 KIA전 때 당시 김인식 감독이 이범호를 휴식 차원에서 선발라인업에서 뺀 뒤 경기후반 교체멤버로 투입할 요량이었지만, 7회 갑자기 내린 폭우로 강우콜드게임이 선언돼버리면서 기록이 멈춰 안타까움을 더했다.

2018년 8월 소리 없이 연속 경기 출장 기록을 이어가는 선수가 있다. 몸 상태가 온전하지 않아도 출전을 거르지 않는다. 롯데의 심장 손아섭(30)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2015년 8월 15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전부터 아시안게임 브레이크 직전인 8월16일 KIA전까지 436경기 연속 출장하고 있다. 올해 남은 경기에 모두 출전하면 470경기로 늘릴 수 있다. 역대 10위의 기록이다. 그리고 2016년부터 3년 연속 전 경기 출장이다.

그의 장점은 꾸준함이다. 그것도 잘하는 꾸준함이다. 매년 상향되는 성적도 유지하면서 연속 경기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손아섭은 롯데의 110경기에 모두 출전해 3할4푼2리로 타격 7위에 랭크돼 있다. 150안타로 최다 안타 2위다. 90득점으로 이 부분 2위에 올라 있다. 홈런은 21개로 파워도 매년 향상되고 있다.

손아섭은 2015년 손목을 다친 뒤 “경기에 나가지 못하는 것이 부진한 것보다 더 괴로운 것이다”라고 했다. 최다 안타보다 경기 출장에 무게를 둔다. 그래서 몸 관리와 부상 관리에 더욱 각별히 신경 쓴다. 뛰어난 타격 능력과 근성 그를 표현하는 단어는 많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잘하는 꾸준함’이 아닐까.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