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서울 도심에서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1심 무죄 판결과 경찰의 불법촬영 편파수사를 규탄하는 집회가 2주 연속으로 열렸다.
시민단체 ‘헌법앞성평등’은 이날 오후 4시쯤 서울 종로구 역사박물관 앞에서 ‘그들만의 헌법, 사법행정 성차별 규탄 집회’를 열고 “성별 편파 수사와 판결이 일어나고 있다. 당국은 성차별 없는 법 집행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주최 측은 ‘홍대 미대 몰카 사건’의 범인인 여성 모델에게 실형이 선고되고, 비서 성폭행 혐의를 받아온 안희정 전 충남지사 사건이 1심에서 무죄로 결론난 점, 또 여성주의 커뮤니티 워마드(WOMAD) 운영자에 대한 경찰의 체포 방침을 거론하며 국가가 성차별을 방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참가자들은 ‘경찰법원 못믿겠다’ ‘동일범죄 동일처벌’ ‘여성혐오, 피해자다움, 2차가해 OUT’ 등 피켓을 들고 집회에 참석했다. 이들은 ‘편파수사 편파판결’ ‘너희들도 공범이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집회에는 주로 여성들이 자리를 차지했지만 곳곳에 성별과 연령대가 무관한 시민들 약 150명도 참석했다. 페미니스트 배우 김꽃비씨도 이날 집회에 참석해 사회를 맡았다.
기조발언에 나선 문계린 활동가는 “불법촬영으로 여성 한둘이 죽은 게 아니다”라며 “사법행정 전반의 성차별에 반대하고 이를 규탄한다”고 집회 취지를 밝혔다. 그는 “여기 모인 우리는 유족이며 죽은 여자들이 남긴 유언의 집행자”라고 주장했다.
신지예 녹색당 서울시당 공동위원장도 집회에 참석해 발언을 이어나갔다. 신 공동위원장은 “여성들이 광화문 등 서울 곳곳에 모이지만 정치가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정부는 여성들의 목소리에 응답하고 제대로된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는 불법촬영 등 여성 문제에 대해 대책을 내놓는다며 지난 4월 미투 신고센터, 예산 확보 등을 이야기했으나 오히려 8월 들어 예산을 감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국민 절반인 여성들이 매주 시위에 나오고 있지만 정부는 제대로 응답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해당 집회를 지지하는 연대 영상메시지를 보냈다. 금 의원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안희정 전 지사 재판에서 봤듯 사법절차에서는 최소한의 피해자 보호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용기를 갖고 피해사실을 밝힌 피해자들이 2차피해를 받는 일이 있어선 안된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간사직을 맡고 있는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홍미영 전 국회의원 등이 연대의 메시지를 보냈다.
앞서 이들은 성명을 내고 “다수의 혐오를 옹호하고 소수의 목소리를 짓밟는 것이나 다름 없다”며 “그 와중에도 인터넷은 각종 불법촬영물과 소수자 혐오로 뒤덮이고 있다. 결국 이 사회 기득권 전체가 공범이라는 자백”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판결 앞에서 우리는 절망한다. 이 절망의 힘으로 다시 시작할 것이다. 사회 곳곳에 뻗은 성폭력의 뿌리를 뽑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