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전지 GBK 야구장… 이종범 코치는 펜스를 따라 걸었다

입력 2018-08-25 18:07 수정 2018-08-25 18:11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한국 야구 대표팀이 훈련을 진행한 25일 오후(한국시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야구 경기장에는 선선한 바람이 불었다. 선수들은 훈련 예정시각에 앞서 여유 있게 야구 경기장에 도착했다. 구장 관리인들이 급히 장비를 들고 나와 앞선 팀의 훈련으로 곳곳이 패인 경기장 바닥을 평평하게 만들었다.

한국 야구팀 특유의 파란색 모자, 흰색 유니폼을 갖춰 입은 선수들은 오후 5시를 앞두고 그라운드로 나왔다. 각자의 장비를 파울라인에 가지런히 늘어둔 채 우익수 자리에 원을 그리고 모였다. 일부는 열중 쉬어 자세로, 일부는 트레이너로부터 목이며 등을 마사지 받으며 코칭스태프의 지시를 들었다. 전승 우승의 결의를 다지는 미팅은 약 10분간 계속됐다. 2010년부터 아시안게임마다 금메달을 땄던 한국이었다.

선수들이 우익수 자리에서 미팅을 할 때, 이종범 코치는 배트와 공을 들고 외야를 돌았다. 이 코치는 공을 펜스에 던져 보기도 하고, 배트로 강하게 쳐서 펜스에 맞혀 보기도 했다. 그는 우측부터 시작해 좌측 담장 끝까지 펜스가 공을 어떻게 튕겨내는지 꼼꼼히 점검했다. 큰 타구를 허용했을 때 외야수들이 펜스 플레이를 어떻게 펼쳐야 할 것인지 미리 준비하는 모습이었다. 한국 대표팀은 전날도 훈련을 했지만 GBK가 아닌 라와만군 보조구장에서였다.

GBK 야구 경기장은 좌우 펜스까지가 325피트(약 99m), 중앙 펜스까지가 400피트(약 122m)였다. 박병호 황재균 김현수 등 한국을 대표하는 거포들이 대포를 욕심낼 만한 환경이었다. 선수들은 30분에 걸쳐 스트레칭을 하고 가볍게 달리며 몸을 푼 이후에야 공을 만졌다. 캐치볼을 한 뒤 내야 플라이를 시작으로 외야 플라이, 홈 송구, 내야땅볼 수비 등을 점검했다. 투수들은 우익수 옆 파울라인 부근 불펜에서 어깨를 풀었다.

내야수들은 익숙한 한국프로야구(KBO) 구장들과의 차이를 느끼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발로 그라운드를 직접 다지거나 파 보는 선수들도 많았다. 강한 타구와 약한 타구, 역동작 방향으로 오는 타구들을 골고루 수비했다. 펑고를 받을 때 누군가의 호수비가 나오면 동료들이 기합을 넣으며 분위기를 띄웠다. 수비 훈련 이후엔 타격이 시작됐다. 선수들은 티 배팅을 시작으로 밀어치기와 당겨치기를 골고루 연습했다. 연습 배팅을 홈런으로 연결하는 선수들도 꽤 됐다.

한국은 이곳에서 26일 오후 8시30분(한국시간) 대만과 조별예선 1차전을 치른다. 이날 대표팀의 훈련 장면을 지켜본 장성호 KBSN스포츠 해설위원은 “선수들의 분위기 자체는 좋은 것 같은데, 금메달에 대한 약간의 부담감은 느끼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02 부산아시안게임에서 야구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장 해설위원은 “변수가 될 수 있는 바람의 방향까지 염두에 두고 수비 훈련을 하는 모습”이라며 “내일 대만과의 경기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자카르타=글·사진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