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셋 체조 천재 김한솔 “앞으론 심판에 인사 잘하겠다”

입력 2018-08-25 13:45 수정 2018-08-25 13:47
한국 체조의 자존심 김한솔이 지난 24일(한국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인터내셔널엑스포홀에서 남자 기계체조 도마 결선을 치른 뒤 아쉬워하는 모습. 김한솔은 연기 난이도와 실행점수를 합친 '도마 점수'가 가장 높았지만, 심판에게 마무리 인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감점을 당해 은메달을 땄다. 마루에서 금메달을 딴 그는 2관왕을 노리고 있었다. 자카르타=윤성호 기자

김한솔의 도마 연기 장면. 자카르타=윤성호 기자

25일(한국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코리아하우스 기자회견장에 나온 한국 체조 국가대표 김한솔(23)은 허공에 시선을 두고 무표정했다. 그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마루에서 금메달을, 도마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화려한 성적이건만 아쉬움이 없진 않았다. 그는 전날 도마에서 완벽한 연기를 펼친 뒤 심판에게 인사하기 전 세리머니를 했다는 이유로 0.3점의 어마어마한 감점을 받았다. 그 감점만 아니었다면 2관왕이 확실했다.

김한솔은 “(심판진에 마무리 인사를 하지 않은 것은) 엄연히 제 실수이기 때문에, 이제 크게 신경 쓰이지 않는다”면서도 “경기가 끝나면 좀 편히 잠을 이룰 줄 알았는데, 어제 잠을 못 잤다”고 했다. 김한솔은 “앞으로는 더 집중해서, 아무리 크게 기분이 좋아도 먼저 퍼포먼스를 하기보단 심판에게 제 동작이 끝났다는 표시를 해야겠다”고 말했다. 김한솔은 “많이 연습을 해야 할 것 같다”며 사람 좋게 웃었다.

전날 김한솔을 지켜보던 모든 이들은 전광판에 뜬 점수의 이유를 알곤 허탈해 했다. 그가 빼먹은 인사 동작은 그가 공중에 날아올라 펼친 어려운 동작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규정은 규정이지만, 누구보다 억울했던 건 체조 대표팀이다. 신형욱 체조 감독은 “어제도 참 많이 잠을 설쳤고, 2020 도쿄올림픽이 끝날 때까지 잠을 못 잘 것 같다”고 말했다.

김한솔은 여러 환경을 극복하고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과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신 감독은 “체조란 실수가 많은 종목이다. 시합 때 한 번 성공한다는 게 그렇게 쉽지 않다. 연습에서 100% 성공해도 경기에서 실수를 하는 게 체조”라고 말했다. 김한솔이 이번 대회에서 쓰는 체조 기구들을 처음 만져본 시간은 채 3주가 되지 않았다고 한다. 도마에서 난이도를 한 단계 낮춰 연기한 이유다.

한국 체조의 레전드인 여홍철 교수는 이날 기자회견장에 나왔다. 여 교수가 김한솔을 향해 “올해 스물 넷이라던데 맞나요”라고 묻자 김한솔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여 교수는 “저도 그 나이에 94 히로시마아시안게임에서 처음 금메달을 땄다”며 “김한솔은 마루와 도마에는 타고난 재능이 있다. 앞으로는 6년, 아니 7~8년도 충분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카르타=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