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를 먹고 싶어요.” 지난 24일(한국시간)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 개인혼영 200m 결선에서 2분8초34의 아시안게임 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따낸 김서영(24)은 25일 “기분은 너무 좋은데 아직 그게 잘 안 믿기는 것 같다”며 얼떨떨해 했다. 하고 싶은 건 없고, 집에 가서 얼른 쉬겠다는 생각 뿐이라고 한다.
김서영은 이날 자카르타의 코리아하우스에서 가진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에서 “이번 아시안게임은 즐기면서 자신감 있게 뛰길 목표로 준비를 탄탄히 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뛰다 보니까 결과가 잘 따른 것 같아서 너무 좋다”고 말했다. 매일 김서영의 금메달을 기도했다는 김인균 경북도청 전담팀 감독이 기자회견 내내 흐뭇한 눈길로 김서영을 바라봤다.
김서영은 혼영 400m에서 자신을 앞서 금메달을 땄던 맞수 오하시 유이(일본)를 200m에서 따돌렸다. 유이와는 2020 도쿄올림픽에서도 또다시 겨루게 될 전망이다. 김서영은 “유이 선수는 나보다 좋은 기록을 가졌고, 내 입장에서는 쫓아가는 것”이라며 “앞으로 도쿄까지 가는 과정에서 같은 아시아에서 좋은 경쟁을 할 친구이자 라이벌”이라고 말했다.
독특하게 혼영을 시도하는 이유는 “초등학교 중학교 때 코치 선생님께서 ‘한 종목보다는 여러 종목을 하는 게 선수에게 도움이 된다’고 말씀하셨기 때문”이라고 했다. 4가지 종목 모두의 매력을 느낄 수 있어 좋다고 김서영은 말했다.
김서영은 결선 직전 수영의 전설 박태환과 연락을 주고받았다고 밝혔다. 예선 이후 힘이 풀려서 원하는 느낌이 아니라고 김서영이 토로하자, 박태환은 몸을 잘 풀고 구간마다의 힘 배분에 신경쓰라고 세심한 조언을 건넸다 한다. 김서영은 “그게 응원이고 힘이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수영 하면 박태환을 대부분 생각하시는데, 김서영도 있었다고 기억되게끔 하겠다”고 말했다.
쉼 없이 달려온 김서영에게 취재진은 “이제 조금 쉴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김서영은 “1주일 정도 쉰 뒤, 전국체전 훈련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감독이 마이크를 들고 “아직 휴식시간을 준 적 없다”고 말하자 웃음이 퍼졌다.
자카르타=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