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 게임은 아시아인의 단결과 친선도모를 목적으로 창설된 아시아지역 아마추어 종합스포츠제전이다. 경기는 4년에 한 번씩 올림픽 중간해에 회원국 중 희망국에서 개최하며, 표어는 ‘영원한 전진(over onward)’으로 세계평화와 인류의 공동번영을 이상으로 하는 올림픽과 근본적으로 이념을 같이한다.
1951년 제1회 뉴델리 대회를 시작으로 이번 자카르타-팔렘방 대회까지 18회가 개최됐다. 첫 대회에 한국은 6·25전쟁으로 참가하지 못하고, 헬싱키올림픽경기대회 기간중인 1952년 7월 24일 아시아경기연맹총회에서 정식회원국으로 가입한 이후 계속 참가하고 있다.
흥행 등의 목적으로 일부 종목에서 프로 선수들의 참가가 허용되고 있지만,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에는 근본적으로 아마추어 선수들이 출전하는 게 기본 원칙이다. 그러기에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을 주관하는 기관은 프로야구를 관장하는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아니라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다.
아시안 게임에서 야구는 제 12회 대회인 1994년 일본 히로시마대회 때 정식종목으로 처음 치러졌다. 대한민국 대표팀은 전원 아마추어 선수로 구성됐지만 당당하게 은메달을 목에 걸렀다. 이 대회에서 뛴 문동환 임선동 조성민 손민한 등 대학 야구선수들은 이후 프로에서도 괄목상대한 활약을 펼쳤다.
프로야구 선수들의 아시안게임 참가가 가능해진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때도 9명의 아마추어 선수들이 참가했고, 금메달을 땄다. 이후에는 생색내기용이긴 했지만 대학 선수를 최소 1명을 뽑는 관례가 있었다. 2002년 부산때는 정재복(인하대),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땐 정민혁(연세대), 2010년 광저우 김명성(중앙대), 2014년 인천 대회때는 홍성무(동의대)를 뽑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생색내기용 관례마저 무시해버렸다. 대표팀 사령탑 선동열 감독은 지난 4월 예비명단 109명을 발표하면서 4명의 아마추어 선수들을 포함시켰다. 우완 투수 강정현(원광대), 박동현(건국대)과 3루수 최태성(홍익대), 외야수 양찬열(단국대)이 그들이다.
지난 6월 11일 대표팀 24명의 엔트리를 발표할 때 이들 4명의 이름은 없다. 최근 4명의 선수들을 교체할 때도 아마추어 선수들은 거명조차 되지 않았다. 전원이 프로야구 선수들로 채워진 것이다. 선 감독은 최종 엔트리 발표 기자회견에서 “김응룡 회장님께 전화를 드려서 ‘메달을 따야 하니 아마추어 선수를 뽑지 않겠다’고 먼저 말씀 드렸다”고 말했다.
금메달 지상주의에 너무 매몰되지 않았나 우려되는 대목이다. 야구 대표팀 전임 감독으로 지난해 처음 치른 국제대회인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땐 성적에 욕심을 부리지 않겠다며 젊은 선수들을 적극 기용했던 때와 180도 달라진 태도다.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의 선수 선발 및 선수단 운영은 아마추어 야구단체에서 외형적으론 진행하지만, 재정 지원을 하고 있는 KBO가 실질적인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있다.
물론 아시안게임 역시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대회인 만큼 금메달 욕심이 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전원 프로 선수로 엔트리를 구성한 국가는 오직 한국뿐이라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원 사회인 선수로만 구성된 일본과는 정반대다. 타이완은 프로야구 선수 일부를 차출했지만 아시안게임 기간에도 정규 리그를 계속 진행한다. 일본과 대만이 총력전에 나선다면 우리도 최상의 전력을 꾸려야 맞겠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아마추어 0명, 프로 24명’으로 팀을 구성하는 것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많은 사람들은 프로 야구계가 대놓고 아시안게임을 병역 면탈의 기회로 악용하려한다고 한다. 병역 논란에 휩싸인 오지환과 박해민이 좋은 예다. 이들 대신 대학 야구 선수 1명을 추가한다고 한들 금메달 획득에 큰 지장이 생길리 만무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금 대학야구는 말그대로 붕괴 위기다. 일부 대학에선 야구부를 없애고, 동아리 야구로 전환한다는 얘기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에서도 대학 선수들이 철저하게 외면받고 있다. 2018년 프로팀에 입단한 선수가 20명을 넘지 못했다. 지난해부터 주말리그가 도입된 이후 선수들이 학업을 강제적으로 병행해야 하는 상황에 있다. 지금 대학 선수들은 목표와 동기를 잃은 채 방황하고 있다.
아마추어 야구가 없으면 프로야구도 없다. 고교 시절 꽃피우지 못한 기량을 뒤늦게 발휘하는 선수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이들에게 꿈을 키워갈 기회마저 계속 박탈한다면 아마추어 야구는 고사할 수밖에 없다. 지금의 금메달이 아닌 큰 그림 속에 한국 야구의 미래를 내다봐야 한다. KBO와 야구협회가 상생의 길을 모색해야 할 때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