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메달 딴 단체전이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4관왕에 빛났던 여자 볼링대표팀의 기둥 이나영(32)과 최근 진행한 전화통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가 무엇이었는지 물었을 때 돌아온 답이다. ‘가장 잘했던 경기’를 기대했는데 우승하지 못한 경기를 언급했다. 본인은 금메달을 4개나 땄지만 팀원 모두가 금메달을 가져갈 수 있는 단체전에서 승리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움에 남았던 것이다.
인천아시안게임에서 단체전 준우승 뒤 동료들에게 미안하다며 눈물을 흘렸던 이나영은 “혼자 싸우는 개인전보다 다 같이 잘 쳐 이기는 단체전 승리가 더욱 값지다고 생각한다”며 “그때 아쉬웠던 마음을 풀고자 하는 마음으로 정말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나영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6인조 경기에서는 꼭 다 같이 금메달을 따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그는 그 약속을 지켰다.
이나영(32·용인시청)과 김현미(30·곡성군청), 류서연(30·평택시청), 백승자(27·서울시설공단) 이연지(30·서울시설공단), 한별(26·구미시청)로 구성된 여자 볼링 대표팀은 24일 인도네시아 팔렘방 JSC 볼링센터에서 열린 볼링 여자 6인조 경기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전반부터 압도적이었다. 3게임에서 4091점을 기록해 2위 말레이시아를 67점 차이로 앞서갔다. 결국 8338점을 기록하며 2위 말레이시아와 189점 차이로 압도적인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나영은 취미로 볼링을 시작했던 선수다. 동호회에 참가하던 부모님을 따라 볼링을 시작했다. 하지만 본인이 더 재미를 붙였다. 결국 중학교 2학년 때 “이거 아니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부터 밤까지 볼링장에서 살았다. 경제적인 이유로 잠시 볼링을 그만둘까도 고민했지만 가족과 코치의 격려에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그렇게 지금의 ‘볼링 여제’가 성장했다.
이나영은 한국선수 특유의 높은 정확도가 무기다. 기나긴 재활로 기존 자신의 약점이었던 파워도 보완했다. 이나영은 “인천 대회 때는 무릎 부상이 있어 하체에 중심이 잘 실리지 않았다”며 “2년간의 재활을 거쳐 무릎 부상에서 회복됐다. 이번 대회에서는 밸런스 면에서 더 나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이나영은 볼링에 대한 응원과 관심도 부탁한 바 있다. 그는 “볼링이 솔직히 비인기종목이다. 동호회 분들은 잘 아시지만 많이들 잘 모르신다”며 “앞으로 좀 더 많이 봐주시고 응원도 해주시면 너무 감사드리겠다”고 당부했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