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한국 야구대표팀이 2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라와망운 야구장에 모여 가볍게 몸을 풀었다.
병역 기피 논란에 휩싸여 있는 LG 트윈스 유격수이자 대표팀 백업인 오지환(28)도 모습을 드러냈다. 관심을 끈 것은 왼손 팔뚝에 새겨진 문신이었다. ‘no pain, no gain’. 고통 없이는 얻는 것도 없다는 의미다. 이 문신에는 최근 병역 기피 논란과 깊은 연관이 있다.
2016년 9월이다. 당시 26세였던 오지환은 제348차 의무경찰 선발시험에서 응시했다. 경찰야구단 입단으로 병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였다. 그러나 결과는 탈락이었다. 문신 때문이었다. 그해 10월 25일 추가 모집에 도전했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의무경찰 선발시험 체력 기준표에는 ‘시술 동기, 의미, 크기 및 노출 정도가 의무경찰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문신이 없는 자’라고 자격요건이 명시되어 있다. 이전에는 ‘시술동기, 의미 및 크기를 고려하여 의무경찰로 직무수행함에 있어 부적절한 문신은 선발 제한’으로 돼 있었다. 그해 1월 관련 법률이 강화되면서 4월부터 진행된 제343차부터 규정이 까다로워진 것이다.
이에 따라 문신의 크기는 신체 각 부위의 보이는 면에서 20%를 넘어선 안 된다. 반팔 상, 하의를 입었을 때 문신이 드러나지 않으면 결격 사유가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응시자의 문신은 심사위원이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하는데 심사위원들은 오지환의 문신이 과하다고 판단했다.
오지환이 이같은 탈락 사유를 사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이다.LG가 포스트시즌을 치르느라 개인적인 시간을 내긴 어려웠겠지만 문신을 지울 시간적 여유도 충분히 있었다. 지원하기에 앞서서도 충분히 인지했을 가능성이 있다. 2017년에도 그는 문신을 지우지 않았다.
같은 시기 병역 논란이 일었던 투수 이대은은 의무경찰 선발시험 중간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귀쪽에 있는 문신을 제거하면서 우여곡절 끝에 경찰 야구단 유니폼을 입은 것이다.
상무에는 별도의 문신 검사가 없다. 징병 검사때 문신을 보기는 한다. 상지, 하지, 체간 및 배부 전체에 걸쳐 문신이 있는 경우 고도로 판정받아 보충역인 4급이 되기 때문에 상무 입대가 불가능하다. ‘
오지환의 경우 이 정도는 아니기 때문에 상무 지원이 가능했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상무 지원을 끝내 포기했다. 아시안게임을 병역혜택을 위한 무대로 삼으려는 생각까지 대외적으로 공개되면서 차가운 시선을 받게 됐다.
소속팀인 LG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1990년생인 오지환은 프로 2년차부터 주전으로 기용됐고, 대체자가 없던 팀 사정상 본인 의지와 상관 없이 오지환에게 입대를 만류했다. 오지환 논란이 현재 계속되고 있지만 구단 차원의 결정과는 무관하다는 입장만 되뇌이고 있다. 여론 비판을 선수 개인에게만 전가하고 있는 형국이다.
어찌보면 간단히 해결할 수도 있었을 문신 문제로 부터 오지환의 병역 기피 논란은 이미 예견할 수 있을른지도 모른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