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이 중앙아메리카 국가 엘살바도르가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한 결정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고 23일(현지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이 보도했다.
백악관은 성명에서 “엘살바도르 정부는 중국의 명백한 정치적 개입을 용인했다”며 “미국은 엘살바도르와의 관계를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중국이 제시하는 경제 유인책은 그들의 경제적 지배력과 다른 나라들의 의존도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진실이 드러나고 있다”며 “이번 결정은 엘살바도르 뿐 아니라 미국 전역의 경제와 안보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번 성명은 미·중 관계가 무역 전쟁 등으로 악화일로를 걷는 상황에서 나온 입장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22~23일 진행된 미·중 차관급 무역협상은 별다른 진전 없이 끝났고, 추후 대화 일정도 정해지지 않았다. 오히려 협상 도중 양국이 각각 160억 달러어치의 상대국 제품에 25% 관세를 매기기로 하는 등 갈등은 더 깊어지는 모양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성명에 대해 “미 정부가 지금까지 대만의 국제적인 영향력을 억제시키려는 중국의 시도를 비판했던 것 중 가장 강력하다”고 설명했다. SCMP는 최근 “중국이 엘살바도르 동부의 ‘라 유니언’ 항구를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장 매네스 엘살바도르 주재 미국 대사의 발언을 언급하며 중국이 엘살바도르에 군사기지를 만들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21일 베이징에서 카를로스 카스타네다 엘살바도르 외교부 장관과 양국 수교 수립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양국은 성명에서 “엘살바도르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고 중국이 유일한 합법정부이며 대만은 중국 영토에서 분리할 수 없는 일부로 인정했다”고 밝혔다. 카스타네다 장관은 “앞으로 대만과 공식적 관계를 맺지 않고 왕래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엘살바도르의 결정으로 대만과 수교하는 나라는 17개국으로 줄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