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환경 탓할 때인가?” 선동열의 호텔 방·조명 걱정이 걱정된다

입력 2018-08-24 16:57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사령탑 선동열 감독의 얼굴은 그리 밝지 않았다.

선 감독은 24일 오후 자카르타의 라와망운 야구장에 선수단을 이끌고 나와 가볍게 몸을 푸는 것으로 현지 적응 훈련을 시작했다.
이날 훈련을 벌인 라와망운 구장은 조별리그 B조 팀들이 경기를 치르는 구장이다. 한국은 GBK 야구장에서 조별리그 3경기를 치른다. 조 2위로 수퍼라운드에 진출할 경우 라와망운 구장을 사용하게 된다.

선 감독은 “호텔에 왔는데 시설이 너무 안 좋아서 방 몇개는 바꿨다”라며 “마모가 심해서 가루가 떨어지는 방도 있었고, 벽에 금이 많이 간 곳도 있었다”고 열악한 시설을 지적했다.

선 감독의 다음 걱정은 그라운드 상태와 라이트였다. 선 감독은 “내일 대만과의 첫 경기가 열리는 구장에서 처음 연습을 한다”라며 “그 구장의 라이트가 낮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야간 경기 때 볼이 떠서 라이트 위로 올라가면 공이 안보일 것 같다”라며 “이만수 라오스야구협회 부회장도 야간 경기를 하면 애로점이 많을 것 같다고 하더라. 대회 본부에서 낮 시간에만 훈련을 잡아줘서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이 없다”고 밝혔다.

또 “잔디 특성상 공이 잘 안 구르는 것 같다”라며 “내야땅볼 처리 때 수비가 다소 어려울 거 같다”고 지적했다.

늘 화려한 조명과 쾌적한 환경에 익숙해 있는 프로야구 출신 감독이나 선수들에겐 불편할 것이다. 그러나 냉정히 따져 잔디와 라이트 등의 변수는 모든 나라에 같이 적용된다. 우리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선 감독의 외부 환경 걱정이 공감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지금 걱정해야 하는 것은 경기력이다. 그리고 야구대표팀에게 쏟아지고 있는 비판 여론에 대한 겸손함이다. 근본적으로 따져보면 선 감독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아시안게임 야구를 마치 주어진 특권인양 병역면탈의 도구로 활용해온 프로야구계 전체의 비뚤어진 관행이 더 문제다. 아마추어 선수들을 위한 아시안게임을 위해 프로 최정예 프로야구 선수까지 파견하고 정규시즌까지 중단하는 것을 당연시하는 KBO의 무례함을 반성할 때다. 금메달이 중요한 게 아니라 비뚤어진 야구계의 관행을 고칠 때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