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조작된 70대 32년만에 무죄 선고

입력 2018-08-24 16:31
제주지방법원 전경

제주에서 간첩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70대 노인이 32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부장판사 제갈창)는 1986년 국가보안법 위반(간첩) 등의 혐의로 징역 7년형을 선고 받은 오재선(78)씨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고 24일 밝혔다.

재판부는 “‘조총련의 지령을 수행했다’는 피고인의 진술은 당시 수사기관에서 이뤄진 고문이나 불법구금 등에 의한 것”이라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의 행위에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성이 있었다고 보기에 부족하다”고 무죄 선고의 이유를 밝혔다.

오씨는 1985년 제주경찰서에 끌려가 한 달이 넘도록 불법 감금돼 경찰관으로부터 고문을 당했다. 가혹행위를 못견딘 그는 ‘북한을 찬양하고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의 지령을 받은 인물’이라는 허위 사실을 자백했다.

1986년 12월4일 제주지법은 오씨에 대해 국가보안법 위반(간첩) 혐의를 적용, 징역 7년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장은 이명박 정부에서 대법원장에 오른 양승태 판사다.

이에 따라 오씨는 5년 2개월간 복역을 하고 특사로 풀려났으나 왼쪽 귀의 청력을 잃는 등 고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오씨는 “결코 반국가단체 구성원의 지령을 받고 잠입·탈출하거나 국가 기밀을 탐지·수집하는 등의 사실이 없다”며 “그간 모진 생활을 견뎌냈고 무죄 선고로 한도 풀었다”고 말했다.

제주=주미령 기자 lalij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