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계보 이을 ‘미친 선수’ 누가 될까?” 김현수·양현종 유력

입력 2018-08-24 15:49

야구는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에서 처음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금메달은 개최국 일본이 차지했고,대한민국은 은메달에 따는 데 그쳤다.

프로야구 선수들에게 문호가 개방된 1998년 방콕아시안게임부턴 상황이 달라졌다. 당시 LA 다저스에서 활약하던 ‘코리안 특급’ 박찬호를 필두로 서재응, 임창용, 김병현, 진갑용, 김동주, 박재홍, 이병규 등으로 최초의 ‘드림팀’을 결성했다. 숙적 일본과 대만을 예선에서만 2차례씩이나 만나 모두 승리한 뒤 준결승에선 중국을 완파하고 결승에 올랐다. 상대는 다시 일본.

12월 16일 벌어진 결승에서 한국은 일본에 13-1, 7회 콜드게임 승리를 거두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시안게임 첫 금메달이었다. 결승에서 7이닝 동안 4안타 1실점으로 역투한 박찬호가 우승 확정 순간 마운드에서 껑충껑충 뛰어오르던 모습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리고 2002년 부산, 2010년 광저우,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까지 2006년 도하를 제외하고 매번 영웅들이 등장했다. 김동주와 이승엽은 언제나 영웅이었다. 김동주는 방콕아시안게임과 부산 아시안게임 등 굵직굵직한 국제대회에서 3할이 넘는 맹타를 휘둘렀다. 김동주는 2015년 은퇴 전까지 치른 두 차례 아시안게임에서 모두 금메달을 따냈고, 올림픽에선 금메달 1개와 동메달 1개를 수확하는 데 일조했다.

이승엽은 부산 아시안게임을 필두로 각종 대회에서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냈다. 타율은 낮았지만 결정적인 순간 홈런으로 영웅 탄생을 알렸다. 2010년 광저우대회에선 추신수가 결승까지 5경기 동안 타율 5할7푼1리(14타수8안타), 3홈런을 기록하며 정상에 우뚝 섰다. 또 류현진이 광저우 아시안게임의 처음과 끝을 도맡아 활약했다.

이번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누가 영웅으로 탄생할까. 타자쪽에선 캡틴 김현수가 가능성이 높다. 이미 검증이 끝난 선수다. 2010년 광저우, 2014년 인천에 이어 아시안게임만 세번째 출전이다. 광저우에선 5경기 타율 5할5푼6리(18타수 10안타)
인천에선 5경기 타율 4할2푼1리를 기록했다. 주장이라는 부담감만 떨쳐낸다면 이번에도 좋은 활약이 기대된다.

투수쪽에선 양현종이 무게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역시 세 번째 아시안게임 출전이다. 첫 경기인 대만전과 결승전 선발투수를 맡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그의 어깨에 금메달이 걸려 있는 셈이다.

야구계에선 ‘미친 선수가 나와야 이긴다’는 속설이 있다. 김현수와 양현종 외에 깜짝 스타가 나온다면 금상첨화다. 특히 김하성과 최원태, 이정후 등 젊은 선수들의 활약도 관심거리다. 2020년 도쿄올림픽에선 중심 역할을 할 선수들이다. 오지환과 박해민의 병역 기피 논란으로 시끄러운 여론을 잠재울 영웅 탄생을 기대한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