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의 공범 최순실씨는 24일 항소심에서도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벌금은 박 전 대통령과 같이 1심 180억원에서 200억원으로 높아졌다. 기소된 혐의의 사실 인정 여부를 다투는 마지막 사실심(事實審)이 끝난 순간까지 최씨 측은 부당한 처벌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항소심을 진행한 서울고법 형사 4부(부장판사 김문석)는 이날 오전 11시 서울법원종합청사 312호에서 열린 최씨의 뇌물, 강요 등 사건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0년에 벌금 200억원, 추징금 70억 5281만원을 선고했다. 같은 재판부에서 함께 재판을 받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형이 5년으로 감경됐다.
재판부는 최씨에 대한 양형이유에서 최씨가 ‘국정농단’에서의 역할을 축소하고 오히려 정치적 피해자라는 주장을 계속해온 점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대통령과의 친분관계를 이용해 대기업에 출연을 강요하는 등 이익을 추구했다”면서 “그런데도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고 역할을 축소하며 자신을 ‘국정농단 사건 기획의 피해자’라고 하는 등 엄정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선고가 끝난 이후에도 최씨 측의 불만은 이어졌다. 최씨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는 항소심 선고 후 기자들과 만나 “후삼국 시대 궁예의 관심법이 21세기에 망령으로 되살아났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재판부가 삼성·롯데·SK 등 그룹 총수들이 박 전 대통령에게 ‘묵시적 청탁’을 했다고 인정한 점도 비판했다. 그는 “앞으로 합리적이고 철저한 제약 없이 묵시적 공모가 확대 적용되면 무고한 사람(죄인)을 많이 만들 것”이라며 “이를 배척하지 못한 것은 법리가 아닌 용기의 문제”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변호사는 “도도한 탁류가 아직 요동치는 가운데 청정한 법치주의의 강물이 탁류를 밀어내기에는 인고의 시간이 더 필요한 것 같다”면서 “그러나 시간은 정의의 편이며 머지않아 탁류를 밀어낼 것”이라고도 했다. ‘국정농단 사건 기획’의 피해자라는 입장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그런가하면 “최씨는 박 전 대통령에게 무한한 미안함과 자괴감을 가지고 있다”면서 “진상 여부를 떠나 모든 일이 자신으로 인해 일어난 것 아닌가 반성을 계속하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한편 이날 항소심 첫 공판이 열린 고영태씨는 자신이 박 전 대통령과 최씨에 대한 검찰 수사에 협조한 점을 강조하며 감형을 호소했다.
고씨의 변호인은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김인겸) 심리로 열린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 혐의 사건 항소심 첫 공판에서 “피고인이 신고한 최순실씨와 박 전 대통령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에 협조한 과정에서 발견된 범죄에 대해서는 감경·면제의 사유가 있다”고 호소했다.
변호인이 주장한 감경·면제 사유는 특정범죄신고자 보호법을 거론한 것이다.
한때 최순실씨의 최측근이었던 고씨는 박 전 대통령의 옷과 가방을 제작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씨와의 사이가 틀어지면서 국정농단 사건을 언론에 제보하고 이후 검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고씨는 2015년 인천본부세관 이모 사무관으로부터 가까운 상관인 김모씨를 세관장으로 승진시켜 달라는 청탁을 받고 사례금 명목으로 총 2천2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 과정에서 보석으로 풀려난 그는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재수감됐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