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 실세’ 최순실(62)씨 변호인 이경재(70·사법연수원 4기) 변호사는 24일 박근혜(66) 전 대통령과 최씨 항소심 결과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이들은 각각징역 25년과 징역 20년을 선고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1년 늘었고, 최씨는 형량을 유지했다. 특히 박 전 대통령과 기업총수 사이 묵시적 청탁을 인정한 것을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이날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 김문석) 항소심 선고를 마친 뒤 “후삼국 시대 궁예의 관심법이 21세기에 망령으로 되살아났다”고 주장했다. 특히 박 전 대통령과 삼성·롯데·SK 총수 간 묵시적 청탁을 인정했다고 지적하며 “앞으로 묵시적 공모에 대해서 합리적이고 철저한 제약 없이 확대 적용한다면 무고한 사람을 많이 만들어낼 것”이라 비판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과 삼성·롯데·SK 총수 간 명시적 청탁이 없었는데도 묵시적 청탁이 있다고 한 건 두고 두고 말썽을 일으킬 것”이라며 “재판부 판단과 변호인 주장은 사법 역사에서 두고 두고 재평가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묵시적인 의사표시를 재판부가 배척하지 못한 것은 법리문제가 아니라 촛불 정권에 대한 사법적 용기가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법치주의에 대한 확고한 신념 아래 정권에 흔들리지 않고 정의롭고 용기 있게 재판하는 재판관이 현 사법부 내 존재하고 있는지 등불을 들고 찾아 나설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그는 “재판이란 이름으로 한 푼도 안 받은 전직 대통령에게 1심 24년에서 (2심) 25년으로 올리는 참혹한 장면이 연출됐다”며 “특검과 검찰이 군중 여론에 편승해 선동적·독선적·법리 궤변으로 기소했고, 1심에 이어 2심도 검찰 손을 들어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르·K스포츠재단을 기업들이 지원했다는 의혹에는 “공익목적재단 설립 과정에서 청와대 특정 수석의 과도한 관여로 문제가 일어난 것 뿐”이라며 “최씨는 모금에 관여한 흔적 조차 없는데 유죄가 인정된 것은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공모 관계가 인정된 것을 두고도 “법률적 의미가 없는 공허한 관계에 터 잡아 공모·공동정범을 인정하거나 기능적 행위지배가 존재한다고 판단한 것은 법리적으로나 논리적으로나 사상누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씨에게도 박 전 대통령의 선고 결과를 전해줬다면서 “최씨는 박 전 대통령에게 무한한 미안함과 자괴감을 가지고 있다”며 “판결 내용과 진상 여부를 떠나 모든 일이 자신으로 인해 일어났다고 반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항소심 이후의 계획을 묻자 그는 “자세한 것은 피고인과 상의해서 결정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날 2심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4년과 벌금 180억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25년과 벌금 200억원을 선고했다. 최씨는 징역 20년과 벌금 200억원, 추징금 70억 5281만원을 선고 받았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