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정농단’ 사건 2심 재판에서 징역 25년, 벌금 200억원으로 형량이 늘었다. 1심과 달리 이재용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경영권 승계 묵시적으로 청탁했다는 사실이 인정되면서, 삼성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이 뇌물수수액으로 추가됐기 때문이다.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김문석)는 24일 박 전 대통령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1심에서 무죄로 판단된 부분을 일부 파기하며 “피고인을 징역 25년에 벌금 200억원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앞서 1심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24년, 벌금 180억원을 선고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도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그는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던 지난해 10월16일 구속기간 연장에 불만을 품고 재판 보이콧을 선언한 후 줄곧 출석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으로 인해 사회 전체가 입은 고통을 헤아리기 어렵다. 그럼에도 범행을 모두 부인하며 반성하는 모습 을 안 보인다”면서 “정당한 이유 없이 법정 출석을 거부해 실체적 진실 밝혀지기 원하는 국민의 마지막 여망마저 저버려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선고 결과를 바꾼 건 삼성으로부터 받은 뇌물 수수 혐의에 대한 판단 차이였다.
1심 재판부는 삼성이 제공한 정유라씨 승마지원금 73억원만 뇌물로 인정하고 영재센터지원금과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수수, 2가지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이 중 영재센터 지원금 16억여원을 유죄로 인정했다. 영재센터 지원금을 삼성전자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 관련 청와대의 지원을 묵시적으로 청탁한 대가라고 봤기 때문이다.
이 같은 판단은 이 부회장에 대한 1심 재판부의 결론과도 거의 같다. 그러나 이 부회장의 2심 재판부는 묵시적 청탁을 인정하지 않고 승마지원금 일부만 유죄로 인정하면서 이 부회장을 집행유예로 풀어줬다.
같은 사안에 대한 두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이 엇갈린 셈이다. ‘삼성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묵시적 청탁’에 대한 최종 판단은 먼저 진행 중인 이 부회장에 대한 대법원 상고심에서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항소심 선고 결과로 박 전 대통령의 복역기간은 33년이 됐다. 국정농단 사건 외에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에 국정원 특수활동비 수수(특가법상 뇌물·국고손실)와 공천개입(공직선거법 위반) 위반 혐의 1심에서 각각 징역 6년, 2년을 선고받은 상태다.
재판부는 이어 열린 ‘국정농단 공범’ 최순실씨 대한 선고 공판에서 최씨에게 징역 20년과 벌금 200억원을 선고하고 70억5181만원 추징을 명령했다. 징역형은 1심이 그대로 유지됐고, 벌금 부분은 박 전 대통령과 같이 180억원에서 20억원 늘었다.
재판부는 최씨에 대해 “각 범행 중대성, 방법, 취득 이익 규모 등을 봤을 때 죄책이 매우 무거운데도 범행을 부인하거나 역할 축소하고 국정농단이 기획된 것이라며 오히려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등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함께 재판을 받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징역 5년으로 감형됐다.
재판부는 “대통령의 핵심 참모로서 성공적인 직무수행을 위해 직언하고 바로 잡을 위치에 있었다. 대통령 지시를 따랐다는 이유만으로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대부분 범행이 대통령 지시에 의한 것이고 사익을 추구한 건 아니다”라며 감형 이유를 설명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