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파스’ 급이라던 태풍 ‘솔릭’, 갑자기 약해진 이유

입력 2018-08-24 10:59 수정 2018-08-24 13:26
지난 23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 앞에서 한 시민이 강풍에 뒤집어진 우산을 든 채 퇴근을 서두르고 있다. 뉴시스

제19호 태풍 ‘솔릭’이 한반도를 빠르게 통과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솔릭은 24일 오전 9시 기준 강릉 남서쪽 약 40㎞ 부근을 지나고 있다. 이동속도는 52㎞에 달한다. 중심기압은 985hPa, 최대풍속은 초속 22m로 측정됐다. 강도는 ‘약’, 크기는 ‘소형’이다.

당초 솔릭은 2010년 태풍 ‘곤파스’보다 강력한 위력을 떨칠 것으로 예상됐다. 곤파스는 4시간 만에 한반도를 통과하며 사상자 18명, 1673억원의 재산피해를 냈다. 그러나 강한 중형급 세력을 유지하던 솔릭은 23일 오후 11시쯤 전남 목포를 통해 상륙한 뒤 24일 새벽부터 힘이 약해졌다. 기상청은 이날 오전 육상에 발효한 태풍경보를 태풍주의보로 하향 조정했다.

예상욱 한양대 해양융합과학과 교수는 23일 오전 급격히 느려진 솔릭의 속도가 세력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솔릭은 이날 시속 4㎞까지 속도가 줄이며 갑자기 동쪽으로 경로를 틀었다.

예 교수는 “태풍의 세력을 유지하는 데 속도가 매우 중요하다”며 “이동 속도가 느려지면 바닥과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며 마찰력이 작용한다. 마찰력이 커질수록 태풍의 에너지를 뺏어가고 바람을 약화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솔릭은 23일 낮 12시쯤 이미 태풍으로서의 구조가 허물어졌다”며 “당시 바다 위에 있긴 했지만 이동속도가 워낙 느려 마찰력이 작용해 세력이 약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솔릭의 속도가 갑자기 느려진 이유는 무엇일까. 안중배 부산대 대기환경과학과 교수는 일본으로 북상하던 제20호 태풍 ‘시마론’이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안 교수는 “태풍의 바람은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하기 때문에 솔릭에서 부는 바람이 시마론을 앞으로 밀어내고, 시마론에서 불어내려가는 바람은 솔릭을 나아가지 못하게 했다”며 “이번처럼 ‘쌍태풍’이 발생했을 때는 진로를 예측하기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우리나라에서 서해와 동해에 ‘쌍태풍’이 발생한 건 처음”이라며 “굉장히 특이한 사례이기 때문에 연구대상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솔릭은 동해상으로 진출해 25일 낮 12시쯤 일본 삿포로 서쪽 바다에서 소멸할 것으로 전망됐다. 현재까지 파악된 사상자는 3명(1명 사망·2명 부상)이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