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슬 울릴 때까지 한발 더… 달라진 김학범호

입력 2018-08-24 10:41
한국 축구 대표팀이 이란을 꺾고 8강에 진출했다. 23일 인도네시아 치카랑의 위바와 묵티 경기장에서 2018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16강전 이란의 경기를 마친 우리 대표팀이 관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치카랑=윤성호 기자

말레이시아에 충격적인 패배를 당하고 키르기스스탄에 신승을 거두며 우려를 낳던 김학범호가 심기일전, 아시아 최강의 자리를 향해 1보 전진했다. 황의조와 이승우의 연속 득점으로 껄끄러운 상대인 이란을 누르고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8강에 오른 것이다. 상대보다 한발 더 움직이는 적극적인 움직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뛰는 투지가 돋보였다.

에이스 손흥민을 중심으로 한 한국 남자 아시안게임 축구 대표팀은 23일(한국시간) 인도네시아 치카랑의 위바와 묵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란과의 16강전에서 황의조의 선제골, 이승우의 추가골에 힘입어 2대 0으로 승리했다. 앞선 경기들에서 자존심을 구겼던 한국은 이날 경기 시작을 알리는 휘슬이 울리자마자 악착같이 뛰기 시작하는 모습이었다. 선수들은 모든 진영에서 치열한 볼 경합을 벌였다. 볼을 가진 상태에서는 간결한 패스를 주고받으며 그간 문제로 지적되던 시간 지체 문제를 개선했다.

젊은 선수들로 라인업을 꾸린 이란도 패기 있게 나오긴 했다. 전반 16분에는 이란의 18세 최연소 공격수인 유네스 델피가 혼전 상황에서 왼발 중거리슛을 시도, 크로스바를 맞히는 위협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물러설 곳이 없는 한국도 곧바로 반격했다. 2분 뒤인 전반 18분 황인범이 페널티박스 밖에서 마음먹고 때린 슛이 골포스트를 때리고 나왔다.

팽팽한 승부의 균형을 깬 건 김학범호의 원톱 황의조였다. 전반 40분, 왼쪽 측면을 파고들던 황인범은 넘어지면서도 절묘한 땅볼 크로스를 황의조에게 연결했다. 문전에서 절호의 찬스를 맞은 황의조는 침착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을 기록했다. 이번 대회 5골째, 황의조가 김학범호의 원톱으로서 당당히 자리매김하는 순간이었다.

후반에는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이승우가 해결사 본능을 발휘했다. 이승우는 후반 9분 페널티박스 정면에서 볼을 빼앗은 뒤 주특기인 드리블 돌파를 시도했다. 수비수 둘을 순식간에 제친 이승우는 강력한 오른발 슈팅을 시도, 이란 골문을 갈랐다. 최근까지 몸살 증세로 제 컨디션이 아니었던 이승우는 선발 라인업에 오르자마자 골 결정력을 보여주며 본인의 가치를 입증했다.

한국은 2골차로 앞선 상황에서도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최선을 다해 뛰었다. 조급해진 이란이 라인을 올려 만회골을 시도했지만 한국은 노련한 수비로 맞섰다. 상대의 역공을 잘 막아낸 한국은 추가골을 계속 시도했다. 상대 골키퍼가 앞으로 나온 것을 확인한 손흥민이 하프라인 부근에서 기습적인 장거리 슈팅을 때려 상대 골문을 노리는 장면도 있었다.

한국은 27일 오후 6시 우즈베키스탄과 8강전을 치른다. 간결한 패스와 공격수들의 득점포가 살아난 점은 김학범호의 향후 전망을 밝게 한다. 하지만 간판 골키퍼 조현우의 부상은 변수다. 조현우는 이승우가 골을 넣기 직전 무릎 통증을 호소하며 송범근과 교체됐다.

치카랑=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