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한을 풀어드려야죠.”
북측 아버지를 만날 조정기(67)씨는 지난 23일 집결지인 강원도 속초 한화리조트에서 상봉을 앞둔 소회를 전했다. 조씨는 24일부터 26일까지 금강산에서 열리는 8·15 계기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에서 유일한 부자 상봉 대상자다.
조씨의 어머니는 68년간 남편을 기다렸지만, 이번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앞두고 두 달 전쯤에 세상을 등졌다.
조씨는 8·15 이산가족 상봉행사(2회차)에서 6·25전쟁 때 헤어진 북측의 아버지 조덕용(88)씨를 만날 예정이다. 조씨는 아버지 덕용씨의 얼굴조차 모르고 커왔다. 조씨가 뱃속에 있을 때 터진 6·25전쟁의 혼란 속에 아버지 덕용씨와 떨어지게 됐다.
아버지와의 만남을 앞두고 조씨는 “한편으로는 기쁘고 한편으로는 속상하다. 어머니께서 돌아가신지 얼마 안 되거든요. 불과 한 달 20일 전에요”라며 “어머니는 아버지를 68년 동안이나 계속 기다리고 계셨는데 제가 아버지한테 한풀이하러 가는 거예요”라고 담담하게 상봉을 앞둔 소감을 밝혔다. 조씨는 아버지를 기다려온 어머니를 대신해 상봉하는 것을 강조했고, 어머니가 함께하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조씨의 어머니는 아들에게 부친 덕용씨의 이야기를 종종해왔다.
조씨는 태어나기도 전에 헤어진 아버지 얼굴을 알아볼 수 있겠냐는 질문엔 “(저랑) 많이 닮았어요. 우리 딸들이 다 아버지가 할아버지 닮으셨다고 얘기했어요”라며 “(다만) 사진도 못봤는데 이번에 적십자에서 사진을 처음 68년 만에 봤다”고 말했다.
이산가족들은 태풍 솔릭 때문에 상봉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까 걱정했다.
이번 상봉행사에서 우리 측 최고령 상봉자인 강정옥(100) 할머니는 북측의 여동생 강정화(85)씨를 만나게 된다. 태풍 솔릭 때문에 이동에 지장이 있을까봐 강 할머니와 동반가족인 여동생 강순여(82)씨, 딸 조영자(65)씨 등은 지난 22일 항공편으로 미리 서울로 올라와 하루 묵고 23일 속초로 왔다.
항공편 등을 이용하며 생긴 멀미로 인해 강 할머니는 지난 23일 한화리조트에서 등록 절차를 밟는 동안 몸 상태가 썩 좋은 상태는 아니었다.
강순여씨는 “우리 언니(강정화)랑은 6·25 전쟁 때 연락이 끊겼다”며 “정화 언니가 열일곱 살에 제주도 고향을 떠났으니 70여년 만에 만나게 된다”고 상봉을 앞둔 소감을 전했다.
이어 강순여씨는 “(언니를 만나면) ‘살아서 만나서 기쁘다’ 그것 밖에 말할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만남이 점차 실감이 나자 강 할머니와 순여씨 등은 눈물로 밤을 지새우며 제대로 잠조차 자지 못했다고 한다.
강 할머니의 딸인 조영자씨는 선물에 대한 질문에 “트렁크 5개를 준비했다. 의류 신발 의약품 아스피린까지 챙겼다”고 말했다.
당초 이번 2회차 상봉행사에는 83가족 337명이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두 가족이 건강 문제로 방북을 포기해 81가족 326명만 방북하게 됐다.
이날부터 26일까지 이어지는 상봉행사에서 이산가족들은 단체상봉, 환영만찬, 개별상봉, 객실점심, 단체상봉, 작별상봉 및 공동점심 순으로 6차례에 걸쳐서 12시간 동안 만나게 된다.
속초=공동취재단,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