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를 강타한 태풍에 거대 ‘헬로키티 조형물’이 파손됐다. 제주 서귀포 안덕면에 위치한 헬로키티아일랜드(아일랜드)에서 발생한 일이다. 이곳의 마스코트인 이 조형물은 23일 오전 거센 비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90도로 꺾였다.
제주는 이날 제19호 태풍 ‘솔릭(SOULIK·전설 속의 족장)’의 영향으로 몸살을 앓았다. 도내 17개 학교가 침수되고, 항공편이 모두 결항되는 등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했다. 유명 관광지인 헬로키티 박물관도 태풍에 직격타를 맞았다. 조형물의 머리 부분이 금방이라도 몸체에서 떨어져 나갈 듯 두 동강이 났다.
이 조형물은 바닥에 줄로 고정돼 있어 머리 부분이 아예 분리될 위험은 적다고 한다. 박물관 관계자는 “기상 상황이 좋아지는 대로 수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상청은 이날 “솔릭이 오후 3시 제주 서귀포 서북서쪽 약 110㎞ 부근 해상에서 북서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솔릭이 점차 한반도로 북상하고 있는 가운데 피해도 점점 커지고 있다. 제주에서는 오후 2시까지 1만2012가구가 정전됐다. 7341가구는 전기가 복구됐으나 여전히 4000여 가구가 불편을 겪고 있다.
서귀포 남원읍 위미항 방파제 보강공사 구역에서 90t짜리 시설물이 높은 파도에 의해 유실되기도 했다. 신호등 43개가 꺼지거나 파손됐으며 가로수 77그루가 꺾이거나 쓰러졌다.
전날인 22일에는 서귀포 토평동 소정방폭포에서 관광객 박모(23·여·서울)씨가 사진을 찍던 중 파도에 휩쓸렸다. 함께 있던 이모(31·제주)씨는 자력으로 빠져나왔으나 박씨는 아직 실종상태다. 이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대통령 주재 태풍 솔릭 대비 중앙대책본부 점검 화상회의에서 “관광객 실종사건이 발생해 안타깝다”며 “규모가 작은 해안가 관광지와 해변에 출입통제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건의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