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인천아시안게임 당시 석연찮은 논란과 함께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던 승마선수 김혁(23)이 마침내 출전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마장마술 개인전에서 소중한 동메달을 획득했다. 다만 금메달의 명맥이 이어져오던 마장마술은 이번 대회에서 ‘노골드’가 됐다.
김혁은 23일(한국시간) 자카르타 국제승마센터에서 열린 마장마술 개인전에서 75.705점을 얻어 15명 가운데 3위로 대회를 마쳤다. 재클린 슈(홍콩), 파틸 마핫 카빌 암박(말레이시아)이 각각 금메달과 은메달을 차지했다. 마장마술은 말을 타고 장애물을 통과하거나 규정된 연기를 펼쳐 점수를 얻는 스포츠다.
김혁은 국정농단 사태의 희생양으로 알려져 있다.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승마선수로 활약하는 가운데 승마협회 또한 국정농단의 소용돌이 속에 있었다. 4년 전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전에서 정유라가 4위, 김혁은 5위였다. 이때 정유라가 여러 차례 실수를 저질렀지만 제대로 감점을 받지 않았다는 의혹이 컸다.
더불어민주당 의원인 안민석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은 2014년 12월 국회 교문위가 열린 자리에서 “탈락한 김혁 선수의 동영상을 본 적이 있느냐”고 따지기도 했다. 안 위원장은 김혁 선수가 이번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데 대해 “정유라 때문에 한때 비운의 선수였던 김혁 선수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당당히 금메달을 목에 거는 감격의 순간을 기다린다”고 말했었다.
김혁은 “긴장하지 않고 잘 해내겠다”고 대회 전 다짐했었다. 단체전에서는 은메달, 개인전에서는 동메달을 얻었다. 금메달 기대에는 아쉽게 미치지 못했지만, 이 역시 최선을 다한 소중한 결과다.
1998 방콕아시안게임부터 5회 연속 금메달을 따낸 마장마술은 ‘효자종목’이라 불려 왔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금메달의 명맥이 끊어졌다.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린 승마협회가 한동안 사정당국의 수사 대상이 되면서, 선수들에게 충분한 지원이 이뤄지지 못한 측면도 있다는 관측이 크다.
자카르타=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