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대표팀이 23일 밤 9시(이하 한국시각) 이란과 8강 진출을 두고 한판 승부를 벌인다. 두 팀 모두 아시안게임에서 최다 우승인 4차례씩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전통의 강호다.
한국은 역대 상대전적에서 이란 U-23 대표팀에게 4승 1무 2패로 크게 앞서고 있다. 하지만 역대 A대표팀 전적에서는 9승 8무 13패로 열세다. 특히 ‘캡틴’ 손흥민은 이란을 상대로 좋은 기억이 없다. 18세이던 2010년, 시리아와 평가전에서 대표팀 데뷔전을 치른 이후 1무 4패를 기록하고 있다. 한 번도 이란을 이겨보지 못했다. 5경기를 모두 뛰며 그중 4경기를 선발로 나섰지만 골 맛조차 보지 못했다.
손흥민은 이란을 FIFA(국제축구연맹)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4번 만나 1무 3패를 기록했으며 A매치 평가전에서 1패를 했다. 그 이전엔 2008 아시아축구연맹(AFC) U-16 선수권 결승전에서 만나 아쉽게 패했다. 공식경기에서 이란과 6번 만나 1무 5패로 무승 징크스에 시달리고 있다. 이쯤 되면 가히 천적이라 할 만하다.
칼을 갈던 손흥민에게 드디어 복수의 기회가 찾아왔다. 손흥민 뿐만 아니라 한국 역시 그동안 이란에게 당했던 수모를 만회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이란은 지난 2002 부산 대회와 2006 도하 대회까지 두 번이나 한국의 발목을 잡은 전력이 있다.
이란의 피파 랭킹은 32위로 이번 아시안게임에 참여하는 국가 중 가장 높은 순위에 속하지만, 피파 랭킹은 A대표팀의 국제수준에 대한 지표로 U-23 대표팀과는 큰 차이가 있다. 또한 이번 이란의 선수단은 주장인 골키퍼 메흐디 아미니 자제라니만 22세의 나이다. 나머지 19명의 선수가 21세 이하다. 사실상 U-21이다. 객관적인 전력에선 와일드카드 3장을 모두 사용하며 총력전을 예고한 한국의 우세가 점쳐진다.
손흥민은 지난 17일 말레이시아전에서 후반 12분 교체로 그라운드에 나선데 이어 20일 키르기스스탄을 상대로 이번 대회 처음 풀타임을 소화했다. 한번만 미끄러지면 곧바로 탈락하는 토너먼트에 돌입한 이상 한국 에이스인 손흥민의 중요도와 무게감은 더욱 커졌다. 체력적 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이란을 상대로 한 16강전 선발명단에 이름을 올릴 것이 유력하다.
동기부여 역시 충분하다. 손흥민은 만 28세 전에 21개월의 군 복무를 마쳐야 한다. 따라서 내년 7월 이후에는 해외 무대에서 활동할 수 없기 때문에 사실상 이번 아시안게임 우승이 병역면제를 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따라서 성공적으로 유럽에서의 활약을 이어가기 위해선 금메달을 획득해 병역면제 혜택을 입는 게 최선이다. 아시안게임에서 우승을 차지해 병역혜택을 받는다면 이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정상급 선수로 성장한 손흥민의 가치는 더욱 치솟을 전망이다. 손흥민 개인으로서도 더 이상 병역 문제에 발목을 잡히지 않고 남은 선수 커리어에만 더욱 집중할 수 있다.
그간 손흥민의 국제대회는 눈물의 잔혹사가 많았다. 지난 두 번의 아시안컵과 월드컵, 2016 리우 올림픽에서 에이스 역할을 맡아왔으나 아쉬운 결과에 끝내 눈물을 삼켜야 했다.
한국팀의 운명을 짊어진 손흥민의 발 끝 예열은 이미 완료됐다. 지난 키르기스스탄을 상대로 골 맛을 보며 경기 감각을 끌어올렸다. 이란의 수비진들을 뚫어내야 한다. 금메달을 향한 ‘캡틴’ 손흥민의 발걸음이 바빠졌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