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막을 보면 파킨슨병이 보인다”

입력 2018-08-23 15:51

망막은 파킨슨병을 일으키는 도파민호르몬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 망막 상태를 보면 파킨슨병 발병 가능성을 점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서울대학교병원운영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원장 김병관)은 안과 김태완(사진) 교수와 신경과 이지영 교수 연구팀이 망막의 구조적 변화가 뇌 속에서 도파민을 생성하는 세포들의 밀도 변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규명, 저명 국제 학술지에 보고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렇듯 망막의 구조적 변화와 도파민 생성 세포 밀도 변화의 연관성이 실증적으로 확인되기는 처음이다.

파킨슨병은 치매 다음으로 흔한 퇴행성 뇌 질환으로, 중뇌에 위치한 ‘흑질’ 부위의 신경세포 손상으로 도파민호르몬 분비에 이상이 생기면서 발병한다. 노년기에 아주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발병 시기를 파악하기 힘든 질환 중 하나로 꼽힌다.

연구팀은 초기 파킨슨병 환자를 대상으로 뇌 내 도파민 생성 세포의 밀도 감소와 망막 내층의 두께 감소 사이에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파킨슨병 진단을 받고 아직 치료를 시작하지 않은 평균연령 69세 환자군 49명을 대상으로 눈 검사를 실시했다.

특히 고해상도 눈 스캔으로 망막 5개 층의 영상을 촬영하고 PET(양전자 단층촬영)검사로 뇌에서 도파민을 생산하는 세포의 밀도를 측정해 일반인 영상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같은 연령대 일반인의 망막두께가 평균 37µm인데 비해 파킨슨진단 환자군의 망막두께는 평균 35µm에 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망막두께가 이렇게 얇아지는 현상은 또한 도파민을 생산하는 뇌 흑질 부위 신경세포의 손실 및 파킨슨 증상의 중증도와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망막이 얇을수록 파킨슨에 의한 이상 행동 증상이 심했다. 이는 망막이 얇아지면 얇아질수록 파킨슨병도 더 심해진다는 뜻이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