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를 겨눴던 칼… 펜싱 단체전을 이겨야 할 이유

입력 2018-08-23 13:53
한국 펜싱 사브르 대표팀의 오상욱(왼쪽)이 지난 20일(한국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자카르타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사브르 개인전 결승에서 구본길에 간발의 차로 득점을 허용한 뒤 피스트 위에 앉아 있다. 구본길은 후배에게 다가가 "단체전에서는 금 색깔로 목에 걸어 주겠다"고 말했다. 자카르타=윤성호 기자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 펜싱 플뢰레 개인전 결승에서 승리한 직후의 전희숙. 자카르타=윤성호 기자

23일(한국시간)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의 펜싱 경기가 펼쳐지는 자카르타 컨벤션센터에서는 금메달의 낭보가 계속 전해질 수 있을까. 여자 플뢰레 단체전, 남자 사브르 단체전이 펼쳐지는 이날 한국 펜싱 대표팀은 2개의 금메달을 모두 거머쥐겠다는 목표다.

한국은 이날의 일전을 특히 벼르고 있었다. 지난 21일 여자 플뢰레 개인전, 남자 사브르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들은 엄청난 성취에도 불구하고 미안한 기색에 휩싸여 있었다. 함께 훈련한 동료를 꺾고 얻은 영광이었기 때문이었다.

여자 플뢰레의 전희숙은 16강전에서 남현희를 누르고 올라와 금메달을 땄다. 그가 결승전을 마친 직후 한 말도 “단체전에서는 금메달을 따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2002 부산 아시안게임부터 이번 대회까지 아시안게임에 5연속 출전한 남현희는 현재 금메달이 6개다. 1개만 더 따면 수영의 박태환을 제치고 한국 하계아시안게임의 최다 기록이 된다. 전희숙은 “현희 언니가 7번째 금메달의 기록을 세울 수 있게 주겠다”고 약속했다.

남자 사브르의 구본길은 더욱 비정한 승부를 펼쳤다. 결승전 14-14 상황에서 피스트에 올라 칼을 겨눈 상대는 7살 동생 오상욱이었다. 동시타에 가까운 둘의 마지막 공격에서 심판은 구본길의 칼이 좀더 빨랐다고 선언했었다. 구본길은 곧바로 오상욱을 끌어안고 “단체전에는 금 색깔로 목에 걸어주겠다”고 말했다. 구본길은 오상욱에게 병역 혜택이 절실했다는 점을 계속 떠올리는 듯, 금메달 이후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도 표정이 밝지 못했다.

‘미남 검객’ 오상욱도 형들을 도와 단체전 금메달을 따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사브르 개인전 당시 준결승에서 짜릿한 역전극을 펼칠 때 “패기로 대들었다”고 말한 바 있다. 단체전에서는 “보다 편안하고 침착한 플레이를 펼쳐, 꼭 금메달을 따는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