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레슬링 경기가 모두 마무리된 22일 밤(한국시간), 자카르타 컨벤션센터 레슬링 경기장 한쪽 구석에서 박치호 그레코로만형 대표팀 감독을 만났다. 그는 기자를 향해 열심히 입을 열었지만,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마치 바람이 빠지는 것 같은 소리만 들렸다. 방금 전까지 선수들의 경기마다 코치석에서 온힘을 다해 소리를 질렀던 탓이다.
귓속말을 듣기라도 하듯 귀를 가까이 가져다 댔다. 그제야 말이 겨우 들렸다. 박 감독은 “선수들이 잘 참아 줬다”고 말하고 있었다. 유난히 더웠던 올 여름, 대표팀 선수들은 폭염을 참고 훈련했다. 고되기로 소문난 게 레슬링 훈련이었다. 박 감독은 “이 친구들, 여기까지 참아주고 달려와 준 것이 나는 고맙다”고 했다.
한국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2개를 따냈다. 그나마 국제대회가 없을 때면 큰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 때면 ‘효자종목’ 소리를 듣는 스포츠가 레슬링이다.
선수들을 평가해 달라고 하자 박 감독은 목을 여러 번 가다듬었다. 그는 입을 열어 천천히 “감독이, 지금 거둔 성적은 50점이라 말해야겠지만, 그래도 나는 200점을 주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아픈 목으로 “선수들이 1년 넘게 고생했다” “그 땀에는 200점을 주고 싶다”고 거듭 말했다.
자카르타=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