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의 열세를 5-4로 한순간에 뒤집은 기적적인 결승전, 한국 레슬링의 베테랑 조효철(32)은 태극기를 두르고 매트를 돈 뒤 관중석으로 향했다. 부모님과 아내, 그리고 3살된 딸이 조효철을 응원하고 있었다. 땀을 비오듯 흘리는 조효철이 생긋 웃는 딸을 안아올렸다.
22일(한국시간)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레슬링 그레꼬로만형 97㎏급 금메달리스트가 된 조효철은 공동취재구역으로 나왔다. 그는 “나의 개인 커리어에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금은 없을 줄로 알았다”고 했다. 이마를 동여맨 붕대의 왼쪽 눈 위쪽에 피가 번지고 있었다. 그는 “그래도 가족이 있기 때문에…”라고 했다.
레슬링 국가대표팀의 코칭스태프들도 조효철의 금메달은 감동적이라고 했다. “조효철은 국제대회의 커리어가 없다시피한 선수였다”고 한 코치가 말했다. 나이가 많았고, 게다가 이날 8강전에서 이마가 찢어진 선수였다. 결승전 전반까지 스코어는 1-4. 패색이 짙었던 순간 모두를 놀라게 한 역전 한방에 코치들도 먹먹해 했다. 조효철은 “딸이 2016년에 태어났다”는 말로 투혼의 이유를 설명했다.
5-4로 우위를 점한 시점부터, 결승전 마지막 1분은 조효철의 버티기 쇼였다. 샤오 디를 응원하는 중국 선수단은 ‘짜요’를 외치며 발을 동동 굴렀다. 그래도 조효철은 무너지지 않았다. 5, 4, 3, 2, 1… 응원을 온 한국 선수단과 관중들의 외침이 조금씩 환호로 바뀌었다. 경기 후에야 조효철은 “진짜 죽을 뻔했다. 시간은 왜 그리 안 가는지… 정말 죽는 줄 알았다”며 혀를 내둘렀다.
진행요원이 조효철의 메달수여식이 있다며 계속 인터뷰를 그만두게 하려 했지만 조효철은 할 말이 많았다. 취재진도 듣고 싶은 말이 많았다. 조효철은 “은퇴 경기일 수도 있어 딸과 아내가 응원을 왔다”고 했다. 그는 “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조효철은 “마지막으로 도전했는데 좋은 성적이 나왔다”고 말했다. 금메달을 목에 건 그는 가족과 함께 이제 막을 내린 레슬링경기장 곳곳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그는 선수촌에 돌아가 눈 위를 꿰맨다고 한다.
자카르타=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