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에 두른 붕대가 시야 마저 가렸지만 불굴의 투지는 꺾이지 않았다. 한국 레슬링 대표팀의 조효철(32·부천시청)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사냥을 성공했다.
조효철은 22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컨벤션센터 어셈블리 홀에서 열린 레슬링 남자 그레코로만형 97㎏급 결승에서 중국의 샤오디를 5대 4로 꺾었다.
이번 금메달은 그레코로만형 67kg의 류한수(30·삼성생명)에 이어 이번 대회 레슬링 종목에서 따낸 한국의 두 번째 금메달이다. 조효철은 생에 첫 아시안게임 무대에서 금메달까지 목에 거는 기쁨을 누렸다.
조효철은 앞선 8강에서 카자흐스탄의 예루란 이스카코프를 6대 1로 격파하고 준결승에 올랐다. 조효철은 이 경기에서 이마가 찢어지는 부상을 당해 ‘붕대 투혼’을 발휘했다. 이란의 알리 악바르 헤이다리와 맞선 준결승에서는 4대 3으로 신승을 거둬 결승에 진출했다.
결승에서 만난 샤오디는 쉽지 않은 상대였다. 샤오디는 2014 인천 대회 때 이 종목에서 은메달을 따낸 선수다. 조효철은 경기 종료 4분35초를 남기고 상대 선수 반칙으로 1점을 얻고 파테르 공격기회까지 잡았으나 추가 득점을 올리지는 못했다.
이후 종료 3분27초 전 그라운드 기술로 2점을 빼앗겨 역전당했다. 또 20초 사이에 2점을 더 빼앗겨 1-4 크게 뒤진 상태로 1피리어드를 마쳤다.
벌어진 격차로 패색이 짙었지만 조효철은 포기하지 않았다. 2피리어드 시작 직후 업어치기 기술을 시도한 조효철은 샤오디를 매트 위에 내리 꽂으며 일순간에 4득점했다. 5-4 역전에 성공한 조효철은 1점 리드를 끝까지 지켜내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조효철은 이번 대회 시작 전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대한레슬링협회는 메달권 선수를 분류하는 과정에서 조효철을 언급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조효철은 특유의 투지를 불태우며 사랑하는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값진 금메달을 일궈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