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에서의 승부가 마무리된 결과 원정식보다 많은 무게를 들어올린 선수는 모두 3명이었다. 그 가운데에는 2차 시기에서 원정식보다 6㎏ 무거운 151㎏을 성공한 북한의 신예 오강철도 있었다. 오강철은 마지막엔 호기롭게 153㎏까지 시도하는 모습이었다.
북한의 또다른 선수인 김명혁은 예상을 깨고 인상 3차 시기를 모두 실패해 용상(앉은 자세에서 바벨을 어깨까지 든 뒤 일어서며 머리 위로 올리는 것) 부문에서 겨루지도 못했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땄던 그는 원정식과 남북의 자존심 대결을 펼칠 상대로 알려졌었다. 하지만 이날 첫 목표로 내건 인상 150㎏을 3번의 기회 중 끝내 들어올리지 못했다.
원정식은 용상에 돌입하자 180㎏부터 시도했다. 1차 시기는 실패, 2차 시기는 순발력 있게 바벨을 머리 위로 들어올렸다. 하지만 몸의 균형을 잡고 멈춘 상태에서 충분한 시간을 버티지 못했다는 심판진의 판정에 따라 기록을 인정받지 못했다. 반면 이어 등장한 오강철은 1차 시기부터 181㎏을 성공시켰다. 오강철은 2차 시기에서 185㎏까지 들어올리는 모습이었다.
원정식은 마지막 기회에서 무게를 한껏 높여 186㎏을 시도했다. 그걸 들더라도 어차피 오강철과 벌어진 격차를 뒤집긴 힘들었다. 다만 끝까지 최선을 다하려는 자세였다. 기합을 지르고 크게 숨을 들이마신 원정식은 부드러운 움직임으로 바벨을 들어올렸다. 하지만 바벨은 어깨까지 안정적으로 올라가지 않았고, 원정식은 중심을 잃고 뒤로 튕겨져 나갔다. 관중들도 놀랐다.
원정식은 용상 실격이었다. 금메달은 인상과 용상을 합쳐 336㎏을 들어올린 오강철에게 돌아갔다. 이날 지엑스포홀에는 남북 체육계 고위 관계자들이 자리해 남북의 역사(力士)들이 기합을 내지를 때마다 박수를 보냈다.
자카르타=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