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폭행 피해자에게 “경찰 찾을 시간에 공부나 해라” 막말한 경찰

입력 2018-08-22 19:30
뉴시스

상습폭행을 당해 경찰서를 찾은 피해자에게 “이럴 시간에 공부를 하겠다” “드라마나 보라”는 등 막말을 한 경찰이 구설에 올랐다.

아시아경제는 22일 “경찰공무원 준비생 A씨가 상습폭행과 관련한 상담을 위해 지난달 초 서울 용산경찰서를 방문했다가 이 같은 일을 겪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A씨는 먼저 형사과 사무실에서 여자 경찰로부터 고소 접수 방법 등에 대해 상담을 받았다.

상담을 마친 A씨는 귀가하려 했지만 팀장이라고 밝힌 B씨가 “할 말 있다”며 자리에 앉게 했다. 이에 A씨는 B씨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려 했으나 B씨는 “그런 얘기는 나한테 할 필요가 없다”며 말을 끊었다. 그러더니 “집에서 돈 타 쓰느냐. 모아둔 돈 좀 있느냐” “(경찰시험) 20문제 중에 3문제는 맞추겠냐” “열정과 목표가 없네. 지금 이럴 시간에 공부를 하겠다”는 등 피해 사실과 조금도 관련 없는 말을 이어나갔다. “우리한테는 피해자도 피의자다” “변호사들도 우리한테 오면 굽신한다”는 말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B씨는 A씨에게 “스스로 슬픔을 만드는 것 같다”며 “암병동에 가봐라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 지 알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비서가 왜그럴까’(당시 방영 중이던 tvN 드라마)나 보고 웃든지 ‘라이브’(일선 지구대 경찰들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를 보라”고 말했다.

A씨는 “당황스러웠지만 경찰공무원 준비생인 만큼 현직 경찰관에게 적극적으로 항의하지 못했다”며 “경찰서를 빠져나오면서 통곡했다”고 전했다. 이어 “피해자가 경찰서에서 마음의 상처를 입었단 기사를 봤지만 그게 내가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B씨는 이 같은 발언을 한 사실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선배 경찰로서 한 ‘조언’이었다고 해명했다. B씨는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우리 회사(경찰서)에 들어오려면 준비를 해야 한다. (피해자를) 무시한 게 아니고, 노력에 관한 얘기를 한 것”이라며 “후배들한테 했던 얘기들이다. 승진 시험이나 입사 시험 등 수험생한테 해 줄 수 있는 그런 부분을 얘기했던 것”이라고 했다.

이어 “(피해자가) 슬픔에 젖어 있어서 드라마 보면서 좀 웃자는 취지로 얘기한 것이지 ‘가서 드라마나 보세요’라고 한 건 아니다”며 “‘라이브’는 현실과 다르다는 걸 얘기한 것”이라고 했다. 암병동 언급에 대해서도 B씨는 “예전에 암병동에 가니까 몸이 건강한 것이 너무너무 감사하고 좋아서 한 말이었다”고 해명했다.

전형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