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만한 세상] 웨딩드레스 입은 신부가 달려간 곳

입력 2018-08-22 15:46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결혼할 날짜를 잡아 둔 신랑 신부는 사소한 몸가짐부터 발걸음 하나하나 조심스레 행동해야 한다고 합니다. 인생 중대사를 앞두고 행여 닥칠지 모르는 불운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랍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20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18일 중국 랴오닝성 다롄시 도로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했다고 합니다. 삼륜차와 일반차량이 충돌한 대형사고였다는데요. 사고 충격으로 삼륜차에 타고 있던 70대 여성이 도로로 튕겨져 나왔는데, 한 눈에 보기에도 큰 부상을 입은 듯 보였다고 했습니다.

당시 사고 현장 근처에서 결혼식을 앞둔 한 예비 부부가 웨딩 사진을 촬영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들은 큰 소리가 들린 곳을 살폈고, 참사 현장을 목격했다고 했죠.

새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예비 신부는 사고 현장으로 질주했습니다. 드레스가 찢어지거나, 더러워지는 것은 안중에도 없는 듯 보였다죠. 신부는 부상자 상태를 살폈습니다. 이후 심폐소생술을 실시했고요. 응급조치는 현장에 구급대원이 도착하기까지 계속됐습니다.

그는 간호사였습니다. SNS를 중심으로 ‘웨딩드레스 천사’라는 별칭까지 붙기도 했죠. 정작 본인은 덤덤했다고 합니다. “그저 할 일을 했다”는 말 정도만 남겼다고 합니다. 이날 이들 부부는 웨딩 촬영을 무사히 마쳤고, 결혼식 역시 많은 이들의 축복 속에 성대하게 올렸다고 합니다.

안타깝게도 그가 살리고자 애썼던 부상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후 사망했다고 전해집니다. 하지만 숨이 멎는 그 순간까지 자신을 위해 필사적으로 분투한 이가 있었다는 사실 만은 알아주길 바랍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