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총난사’ 피해자 가족 “경찰에 ‘사람 하나 죽어야 신경 쓸 거냐’ 말했지만…”

입력 2018-08-22 15:09
21일 오전 9시15분쯤 경북 봉화군 소천면사무소에 70대 노인이 침입해 엽총을 발사, 주민과 공무원 등 3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사진은 총알이 뚫고 나간 창문의 모습. 뉴시스

경북 봉화군에서 21일 총기를 난사해 2명의 사망자와 1명의 부상자를 낸 70대 남성이 평소 “이웃을 죽이겠다”는 말을 한 정황이 포착됐다. 피해자 가족은 경찰서에 찾아가 사전에 이를 알리고 신고했지만 ‘예민하게 굴지 마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봉화경찰서 등에 따르면 살인 등 혐의로 체포된 김모(77)씨는 21일 오전 9시15분쯤 소천면 임기2리에서 임모(48)씨를 상대로 1차 총기 범행을 저지른 뒤, 차를 타고 3.8㎞ 가량 떨어진 현동리 소천면사무소에 들어가 2차 범행을 저질렀다. 김씨가 쏜 총을 맞은 공무원 손모(47)씨와 이모(38)씨 2명은 가슴 등을 크게 다쳐 병원으로 긴급 후송됐으나 결국 숨졌다. 임씨는 어깨에 부상을 입었지만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피해자 임씨를 보호하고 있는 가족 A씨는 22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난달 30일 파출소에 ‘김씨가 나를 총 쏴 죽이려 한다’며 신고했지만 ‘예민하게 굴지 마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A씨는 “원래 그 사람은 옆집 분하고도 수도 문제로 옥신각신하고 있었다. 그래서 (임씨가) 중재를 좀 했다. 그랬더니 당신 편을 안 들어준다며 앙심을 품었다”면서 “평소에도 ‘내가 해병대, UDT 출신인데 쥐도 새도 모르게 다 죽여버릴 수 있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A씨는 이어 “작년에는 ‘머리를 찍어버리겠다’며 손도끼까지 들고 찾아왔고 옆집에 사시던 분은 무서워서 이사를 갔다. 사건이 있기 전 이런 얘기들을 다 경찰서에 했다. 그런데 경찰은 ‘증언자도 없고 유해조수 때문에 총을 허가받고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뺏을 만한 근거가 없다’면서 오히려 우리한테 ‘좀 예민한 것 같다’고 했다”고 전했다. 또 “경찰에게 ‘사람 하나가 죽어나가야만 신경을 쓸 거냐’라는 말까지 했다”며 “그때 너무 예민하다고 치부하지 말고 사전에 순찰만 돌았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거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경찰의 대응 방식에 문제가 있다”며 “이 사건은 여러 번 미리 예고됐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CBS에 말했다. 이 교수는 “사람을 향해 총을 쏜 적도 있기 때문에 이는 일종의 예고적 행위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왜 조사를 나오지 않았는지 이해가 잘 안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경찰은 면허가 있다는 이유로 총기를 내줄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한다”며 “면허가 처음 나올 때는 전과나 정신 질환 병력을 보도록 돼 있다. 그런데 문제는 사람이 10년, 20년 지나면 건강 상태가 바뀐다. 그러면 발급된 면허를 다시 회수할 수 있겠느냐 하는 부분에서는 허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그렇다 보니 경찰에서는 김씨에게 면허가 있고 자기 권리를 행사한 것이라 책임이 없다고 주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문제는 형사과 같은 데서는 이와 같은 사건이 접수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문제는 총기 관리를 하는 업무는 지구대에서 하니까 서로 간에 의사소통이 안되는 거다. 따라서 절차상의 문제도 틀림없이 존재한다고 본다”면서도 “(사건 이전에도) 사람을 향해 엽총을 쐈다는 사실은 넓게 보면 살인미수까지도 적용할 수 있다. 따라서 만약에 맨 처음에 신고를 받았던 형사가 의지만 있었다면 수사가 진행됐을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신혜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