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망막 검사로 퇴행성뇌질환인 파킨슨병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병원 운영 서울시보라매병원 안과 김태완‧신경과 이지영 교수 공동 연구팀이 파킨슨병에서 망막의 구조적 변화와 뇌 속에서 도파민을 생성하는 세포들의 밀도 변화와의 연관성을 세계 최초로 입증했다고 22일 밝혔다.
지난 15일 저명 신경학술지 ‘뉴롤로지’에 게재된 이번 연구결과는 조기 진단이 매우 어려운 질환인 파킨슨병을 안구 검사만으로도 진단할 수 있는 획기적인 근거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파킨슨병은 치매 다음으로 흔하게 발생하는 대표적인 퇴행성 뇌 질환으로, 중뇌에 위치한 ‘흑질’이라는 뇌 내 특정부위에서 도파민을 분비하는 신경세포가 서서히 소실되어 발생한다.
주로 노년층에서 발생 빈도가 높으며 아주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발병 시기를 파악하기 힘든 질환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그 원인에 있어서도 오랫동안 명확한 해답을 찾지 못해 조기 진단법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었다.
이에 연구팀은 초기 파킨슨병 환자를 대상으로 뇌 내 도파민 생성 세포의 밀도 감소와 망막 내층의 두께 감소 사이 연관성을 알아보고자 했다. 이를 위해 파킨슨병 조기 진단을 받고 아직 치료를 시작하지 않은 평균 연령 69세의 환자군 49명을 선정해 눈 검사를 실시하고 고해상도 눈 스캔으로 망막 5개층의 영상을 촬영했다. 또 양전자단층촬영(PET)을 통해 뇌에서 도파민을 생산하는 세포의 밀도를 측정했다.
연구 결과, 같은 연령대 평균 망막 두께인 37마이크로미터(µm)에 비해 대상자들의 망막 두께는 35µm로 현저하게 얇아진 것을 확인했다. 망막의 얇아짐은 도파민을 생산하는 뇌 세포의 손실과 파킨슨병 환자의 중증도와 일치한다는 것도 밝혀냈다. 특히 망막이 가장 얇은 사람에게서 가장 높은 중증도의 행동 장애가 나타났다.
망막의 구조적 변화와 도파민 생성세포 밀도 변화의 연관성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지영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망막이 얇아지면 얇아질수록 파킨슨병도 더 심해지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또 김태완 교수는 "눈 정밀 스캔만으로도 파킨슨병을 초기 단계에서 진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