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미투 촉발한 용화여고, 성폭력 연루 교사 무더기 징계

입력 2018-08-22 10:09
국민일보

졸업생들의 ‘미투운동’으로 교사 성폭력 사실이 드러난 서울 노원구 용화여고에서 사건에 관련된 교사들이 무더기로 징계를 받게 됐다. 해당 사건은 졸업생들의 폭로 이후 재학생들이 포스트잇으로 ‘#위드유(#Withyou·당신과 함께한다)’ ‘위 캔 두 애니씽(We Can Do Anything·우리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 등의 문구가 적힌 포스트잇을 학교 창문에 붙이면서 언론에 알려졌다.

22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용화여고는 최근 교원징계위원회를 열어 학생 대상 성폭력에 연루된 교사 18명을 징계하기로 했다. 징계 수준은 파면과 해임 각각 1명, 기간제 교사 계약해지 1명, 정직 3명, 견책 5명, 경고 9명(정직과 중복해 받은 2명 포함) 등이다. 징계 대상에는 성폭력을 직접 가한 것으로 확인된 교사를 비롯해 교육청에 신고를 늦게 하는 등 학교 성폭력 대응 절차를 지키지 않은 교사들도 포함됐다. 학교 측은 교육청이 특별감사 결과를 토대로 한 징계요구를 거의 그대로 받아들였다.

앞서 용화여고 졸업생들은 올해 3월 ‘용화여고 성폭력 뿌리뽑기위원회’를 꾸린 뒤 SNS를 통해 설문조사를 벌여 교사들의 성폭력을 폭로했다. 당시 337건의 응답이 접수됐으며 이들 중 성폭력을 직접 경험했다는 응답만 175건이 나왔다. 재학생들은 SNS에 설문조사 당시 현장 녹취록을 공개했다. 또 학교 상황을 공유하고 언론에도 적극적으로 제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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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화여고 성폭력 뿌리뽑기위원회는 “피해자 및 목격자들이 공통적으로 진술한 가해 행위로는 가슴 부위 및 엉덩이를 치거나 교복 치마 속에 손을 넣어 허벅지를 쓰다듬거나 꼬집는 행위, 볼을 깨물거나 입술 및 볼에 키스를 하는 행위, 포옹이나 팔을 쓰다듬는 등 불필요한 신체 접촉 등이 있었다”고 밝혔다. 한 교사는 수업시간에 위안부 피해자들을 성적으로 모욕하는 발언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위원회는 용화여고 졸업생들로부터 시작되었지만, 그 구성원은 용화여고 졸업생과 재학생 더 나아가 교내 권력형 성폭력으로 인해 피해 받은 모두”라며 “용화여고 내 권력형 성폭력 근절과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 현재까지의 피해자 및 재학생들에 대한 지속적인 피해 구제 활동을 촉구한다. 용화여고가 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하고 학생들이 행복한 학교가 되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

현재 용화여고뿐만 아니라 서울, 부산, 인천, 청주, 창원 등에 위치한 초·중·고교에서 졸업생, 재학생을 막론하고 성폭력 피해를 호소하는 ‘스쿨 미투 운동’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5월 발표한 ‘초·중·고 교사에 의한 학생 성희롱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고등학생 1014명 중 40.9%가 ‘학교에서 교사에 의한 성희롱이 발생한다고 생각한다’고 응답했다. 교사에게 성희롱을 직접 당했다는 응답자는 27.7%에 달했다.

신혜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