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 토막살인사건 우발적 범행 맞나, 전문가들 “추가 범행 의심”

입력 2018-08-22 06:20 수정 2018-08-22 08:59

경기도 과천시 서울대공원 인근 주차장에서 발견된 토막 살인 사건의 범인이 시신 발견 이틀만에 붙잡혔다. 범인은 범행을 인정하고 수사에 협조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재까지 밝혀진 사실만 놓고보면 의문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과천경찰서는 22일 전날 오후 4시 쯤 서해안고속도로 서산휴게소에서 용의자 변모씨(34)를 살인 등 혐의로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양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는 변씨는 경찰 조사에서 지난 10일 새벽 도우미를 바꿔달라고 행패를 부리는 손님 안모씨(51)를 홧김에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했다고 일단 진술했다.

하지만 변씨의 초기 진술만으로는 사건에 대한 의혹이 풀리지 않는다. 우선 홧김에 저지른 우발적 범행이 맞는지 여부다.

도우미가 오가는 노래방이라면 유흥점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유흥점에서 손님이 행패를 부리는 일은 종종 벌어지는 일이다. 이를 겪어 봤을 변씨가 행패를 부린다고 굳이 손님을 살해했다는건 상식적으로 납득이 잘 안되는 부분이다.

경기 과천 서울대공원 토막살인 사건의 피의자 변모씨(34)가 21일 오후 경기 과천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뉴시스

범인들은 경찰에 붙잡히면 일단 “우발적인 범행”이라고 진술하는 경우가 많다. 향후 재판에서 양형 등을 결정할 때 계획범죄보다는 우발범죄가 본인에게 더 유리하다는걸 아는 범인들도 있고, 붙잡힌데 당황한 나머지 초기 진술을 사실과 다르게 말하기도 하기때문이다. 최근 2~3년새 발생했던 등산로 주변 살인 사건도 범인들은 검거 초기 우발범죄라고 주장했지만 수사결과 모두 특정한 목적을 가진 계획 범죄로 드러났었다.

두번째는 시신을 훼손한 이유다. 범인들이 시신을 훼손하는 목적은 시신을 감추고 시신의 신원을 알아볼 수 없게 하기 위한 것이 대부분이다. 한편으론 피해자에 대한 극단적인 분노의 감정을 표출한 것일 수도 있고, 범인의 잔혹한 평소 성격을 드러내는 결과물일 수도 있다.

과천 토막 살인의 경우 시신과 신원 은닉이 목적이라면 사람들이 늘상 오가는 서울대공원 주변에 시신을 버린 이유가 잘 설명되지 않는다. 우발적 살인의 경우 범인이 다급하고 당황한 나머지 시신을 허술하게 유기하는 사례가 종종 발견되기도 하지만 이번 사건은 범인이 시신을 훼손한 뒤 비닐봉지 등으로 시신을 감싸 유기한 점을 감안하면 허술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세번째는 시신을 유기한 경로와 범행 후 행적이다. 경찰은 사건현장 주변 CCTV를 통해 범행에 사용된 범인의 차량을 확인한 뒤 고속도로 휴게소에 있던 범인을 단 이틀만에 붙잡았다. 잔혹한 범행이었음에도 범인 특정부터 검거까지 상당히 수월했던 셈이다.


변씨가 굳이 적발되기 쉬운 차량을 이용해 시신을 유기한 이유도 의문이다. 서울대공원 주변이라면 상식적으로도 CCTV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 쉽다. 더구나 변씨가 시신을 유기한 시간은 인적이 뜸한 시간대라 CCTV 조사로 더 적발되기 좋은 환경이었다. 변씨가 차를 이용해 적발되기 쉬운 장소에 시신을 유기한 부분은 범행 동기와도 밀접한 연관성이 있을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범행 후 변씨의 행적도 밝혀내야 할 부분이다. 휴게소에 있던 변씨는 범행을 인정하고 순순히 경찰 연행에 협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산휴게소라면 범행 현장과도 그리 멀지 않은 장소다.

범인이 범행 후 도주 중이었는지, 다른 목적지로 가는 중이었는지 불분명하다. 도주 중이었다고 보기엔 범행 후 행적이 너무도 평범하고 태연하다. 범인에게는 시신을 유기한 뒤 경찰을 피해 도주하거나 숨어들기에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

전문가들은 범행의 동기와 시신 처리 수법, 범행 후 행적 등이 모두 불명확한 점을 들어 변씨가 이전에도 추가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에 대해 조사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