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던 한 여성이 미국 내 안면이식수술 성공 사례 중 최연소 환자가 됐다. 이름은 케이티 스터블필드. 올해로 만 21세가 된 그는 삶을 포기한 지 4년5개월 만에 새로운 희망을 꿈꾸게 됐다.
스터블필드는 그날을 기억하지 못한다. 미시시피주에 있는 친오빠 집 화장실에서 총으로 자신의 얼굴을 쏜 2014년 3월 25일, 스터블필드는 이날 기억이 없다고 했다. 그는 그해 기억 대부분을 지웠다. 사고 후 병원에서 보낸 많은 시간도 어렴풋이 생각날 뿐이다.
그가 안면이식수술을 받은 건 지난해 5월 4일이다. 약 1년3개월 전 일이지만,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14일 스터블필드를 모델로 한 잡지 화보와 수술 과정을 담은 영상을 공개해 다시 화제가 됐다. 이후 미국 CNN 뉴욕포스트, 영국 BBC 미러 등 여러 외신이 이 영상과 스터블필드 사연을 보도했다.
스터블필드가 끔찍한 선택을 한 건 당시 사귀던 남자친구 때문이었다. 그는 사고 당일 남자친구가 다른 여성과 주고받은 메시지를 봤다. 남자친구를 곧장 추궁했지만 돌아온 답은 “미안해”가 아닌 “헤어지자”였다. 결혼까지 꿈꾸고 있던 18세 소녀는 크게 충격받았고, 오빠 집에 총이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오빠 로버트는 당시를 회상하며 “총소리를 듣고 달려갔더니 동생 얼굴이 사라지고 없었다”고 말했다. 케이티는 곧장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응급치료를 받았다. 이후 테네시주 멤피스에 있는 다른 병원으로 옮겨졌다. 스터블필드의 얼굴은 이마, 턱뼈 등 대부분이 망가져 있었다. 눈과 뇌 손상도 심각했다.
의료진은 눈꺼풀 봉합, 피부 이식 등 여러 단계의 수술을 진행했다. 뇌의 출혈을 막기 위해 두개골을 여는 등의 고난도 수술도 했다. 이후 의료진은 스터블필드 부모에게 안면이식수술을 권유했다. 이 수술을 맡을 이식 전문 병원 ‘클리블랜드 클리닉’도 추천했다.
스터블필드가 이 병원으로 옮겨간 건 2014년 5월 2일. 그러나 당장 안면이식수술을 진행할 수는 없었다. 병원 의료진은 먼저 불안정한 그의 코, 턱 등 뼈 구조를 맞추는 데 전념했다. 안면이식수술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안정되기까지 약 2년이 걸렸다. 스터블필드는 2016년 3월에야 이식수술 대상자 목록에 올랐다.
약물 과다복용으로 사망한 31세 여성의 가족이 지난해 3월 스터블필드에게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는 31시간의 대수술 끝에 이마, 눈꺼풀, 코, 입, 아래턱, 치아 등을 기증받았다. 무려 의사 11명이 수술에 참여했다. 3D프린팅 등 여러 기술이 동원됐다. 현재 안면이식수술을 받은 환자는 전 세계에 스터블필드 포함 40명이 있다.
“인생의 두 번째 기회가 주어졌어요.” 스터블필드가 수술 과정을 밀착 취재한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털어놓은 말이다. 그는 지난해 8월에 퇴원한 뒤 걷는 법, 말하는 법 등을 다시 배우고 있다. 학교로 돌아가게 되면 자살 생존자를 위한 상담사가 되는 게 꿈이라고 한다. 수술 집도의는 “그는 사회에 다시 돌아갈 기회를 얻었다”고 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