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점을 내주며 기선을 제압당한 순간, 4점을 한 번에 따냈다. 상대의 우악스러움을 화려한 기술로 이겨낸 경기였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레슬링 그레코로만형 67㎏급에 출전한 류한수(30)는 21일(한국시간) 자카르타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카자흐스탄의 케비스바예프 알맛을 맞아 5대 4로 승리,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류한수는 경기 시작 1분여 만에 소극적인 경기 운영이었다는 지적을 받으며 상대에게 1점을 허용했고, 곧이어 파테르(일명 빠떼루) 자세를 취했다. 1점을 먼저 내준 류한수는 매트에 엎드려 수비 자세를 취했다. 알맛이 옆굴리기 공격을 성공시키며 2점을 추가로 딴 상황, 류한수는 별안간 몸을 일으키며 상대를 들어올렸다. 이어 알맛을 공중에서 들어 메쳤다.
3점을 먼저 내주고도 순식간에 고난이도 기술로 4점을 따는 전세 역전의 플레이였다. 류한수의 플레이에 장내는 떠나갈 듯한 박수와 함성으로 가득 찼다. 알맛이 류한수를 한 차례 넘어뜨리며 1라운드 3분은 4-4 동점으로 마무리됐다.
계속된 2라운드에서 둘은 치열한 맞잡기 싸움을 펼쳤다. 알맛은 머리를 들이밀며 류한수의 팔을 자신의 겨드랑이에 끼웠다. 류한수도 상대의 뒷목에 손을 대고 중심을 무너뜨리려 애썼다. 류한수가 알맛을 한 차례 넘어뜨렸지만 다리를 걸었다는 판정에 따라 점수로 연결되지 않았다. 그레꼬로만형은 상체 공격만 허용된다.
기회를 보던 류한수는 경기종료 20초를 남긴 순간 알맛을 거꾸로 들어올렸다. 류한수는 그대로 알맛을 뒤로 넘겨 버렸다. 심판이 류한수에게 2점을 선언하자 카자흐스탄 벤치는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다. 하지만 류한수가 알맛을 뒤로 넘기는 장면이 전광판에 나오자 관중석의 함성은 더욱 커질 뿐이었다.
점수는 1점이 인정됐다. 남은 시간 알맛은 제대로 된 공격을 하지 못했다. 5대 4로 금메달을 결정지은 류한수는 씩 웃으며 알맛과 끌어안았다.
자카르타=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