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남부에 있는 한 유치원의 이사장이 결혼기간 동안 부인을 폭행하고 폭언을 일삼았던 사실이 드러났다. 남편이 부인을 무차별 폭행하는 장면은 CCTV 영상에 고스란히 담겼다. 아내가 남편 카드(법인카드)로 반려견의 치료비를 지불했다는 이유에서였다.
A씨는 결혼 생활 내내 남편 B씨로부터 폭언과 폭행에 시달렸지만 이혼을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평소 B씨는 사립유치원이 ‘압류가 금지된 재산’이라는 사실을 악용해 채무자의 돈을 갚지 않았고, 이를 지켜봤던 A씨 역시 이혼을 하게 된다면 B씨로부터 단 한 푼도 받지 못하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속수무책으로 폭행당하는 A씨의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두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이혼을 결심했다고 한다. 그리고 합의를 통해 양육비, 재산분할, 위자료 명목으로 22억이라는 돈을 받기로 했다.
이혼조정조서에 따르면 A씨는 B씨로부터 한 달에 500만원을 받기로 했으며, 일정 시기 이후로부터는 더 큰 금액을 받게 돼 있다. 지난 8월부터 2월까지 7개월 동안은 500만원의 돈이 꼬박꼬박 지급됐다. 그러나 목돈을 줘야 하는 시기가 오자 B씨는 A씨의 전화는 물론, 아이들의 전화도 받지 않았다. 지난 3월 답답한 마음에 A씨는 B씨를 만나기 위해 유치원에 직접 찾아갔지만 B씨는 A씨를 업무방해죄로 신고했다. A씨는 형사고발을 당해 벌금형 100만원을 선고받았고, 이로 인해 취업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A씨의 사연은 한 법률상담소 블로그에 올라오면서 알려지게 됐고, 법률사무소는 여성 단체 관계자들이 만든 ‘양육비 안주는 아빠들(Bad Fathers)’ 사이트에 제보했다. ‘양육비 안주는 아빠들’ 측은 “양육비를 주지않는 아빠들을 압박하기 위해 해당 사이트와 리스트를 만들었다”며 “양육비를 지급할 의무가 있는데 지급하지 않는 것에 대해 ‘법원의 판결문’ ‘합의서’ 등을 통한 사실관계 확인을 거쳐 리스트를 작성했다”고 밝혔다.
A씨는 2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유치원 CCTV에 담긴 폭행 사건은 지난 2015년에 발생했던 일”이라며 “당시 강아지가 교통사고를 당해 다리가 부러져서 전 남편 카드로 수술비 40만원을 결제했다. 이후 전 남편은 이 사실을 알고 나를 폭행했으며, 그것도 모자라 동물병원에 전화를 걸어 해당 카드는 분실된 거라고 난동을 피워 결국 결제를 취소하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씨는 “당시 내가 유치원에서 폭행을 당했을 때 우리 아이들이 그 모습을 다 지켜보고 있었다”며 “평소에도 아이들이 있는 자리에서 나를 폭행하고 욕설을 퍼부었다. 만약 그날 유치원에서도 말리는 직원이 없었다면 더 큰일을 당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A씨는 “가정폭력 문제뿐만 아니라 전 남편은 채권자들에게 돈을 빌릴 때 내 명의로 보증을 서기도 했다. 그래서 작년 이혼을 하는 과정에서 그 부채를 전 남편이 다 인수하기로 하면서 나머지 22억을 내가 받게 됐다. 그러나 전 남편은 부채를 하나도 갚지 않았고, 그 결과 모든 채권자들의 독촉과 비난의 화살은 나에게로 쏟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는 “전 남편으로부터 형사고발을 당해 일도 못하는 상황에서 양육비까지 지급받지 못하자 우리 아이들과 나는 생계를 유지하는 것조차 힘들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A씨는 “이 사람은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직함을 가지고 있고 엄청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다. 그렇다 보니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고 있다”며 “주변에서도 가정일이니까 알아서 잘 해결해보라며 설득하는 일만 계속 반복됐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 유치원을 운영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A씨는 “무엇보다 우리 아이들이 고통을 받는 이 상황을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양육비는 아이들의 생존권과 직결된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B씨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혼조정 판결에 따라 재산분할 명목으로 A씨에게 보낸 돈이지 양육비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A씨에게 이미 수억 원을 건넸고, A씨가 유치원을 운영하며 공금을 횡령했기 때문에 이혼한 것”이라며 “유치원이 아닌 학원에서 다툼이 벌어졌고, 당시 이를 지켜본 아이들은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A씨는 공금 횡령 혐의에 대해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양육비는 한 부모 가정에서 자라는 아동의 권리이자 자녀를 안정적인 환경에서 성장시키기 위한 기본적인 기반이다. 하지만 법원에서 아무리 많은 양육비를 인정하여 준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이 지급하지 않거나 집행 재산이 없으면 받아낼 수 없다는 민사 채무의 고유한 결함이 있다. 여성가족부가 2012년 실시한 ‘한 부모가족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 부모 가정의 약 83%가 이혼 후 단 한차례도 배우자로부터 양육비를 받은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에서 양육비 지급 판결을 받아도 실제로 이행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22.6%에 불과할 정도로 양육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신혜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