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지면 나락’ 16강 외나무다리서 만난 이란… 어떤 팀?

입력 2018-08-21 17:48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조별리그 E조 3차전 대한민국과 키르기스스탄의 20일 경기. 대한민국의 김학범 감독이 지시를 하고 있다. 뉴시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대표팀이 20일(이하 한국시각) 키르기스스탄에게 힘겹게 1대 0승리를 거두며 E조 2위로 16강에 진출에 성공했다. 다음에 맞닥뜨릴 상대는 23일 밤 9시 F조 1위를 차지한 이란이다. 토너먼트라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이상 실수는 곧 벼랑 끝이다.

이란은 아시안게임에서도 한국과 최다우승(4회)를 달리고 있는 우승후보다. 아시안게임 참가국들 중 객관적인 전력에서 가장 앞선다고 평가받는 이란(32위)과 한국(57위·이상 괄호 안은 FIFA 랭킹)의 대결은 사실상의 결승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란을 꺾고 8강에 오르더라도 또 다른 강호 우즈베키스탄을 만날 가능성이 높다. “스스로 꽃길, 시멘트길 다 놓치고 가시밭길을 걷게 됐다”는 김 감독의 발언 그대로다. 말레이시아에게 패하며 스스로 택한 길이다.

한국은 이란과 역대 A대표팀 전적에서 9승 8무 13패로 열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U-23 대표팀으로 무대를 옮겨오면 얘기가 다르다. 4승 1무 2패, 더블 스코어로 앞서고 있다. 또한 이번 이란의 선수단은 주장인 골키퍼 메흐디 아미니 자제라니만 22세의 나이다. 나머지 19명의 선수가 21세 이하다. 3장의 와일드카드까지 사용한 만큼, 무난히 넘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란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2020 도쿄올림픽을 대비해 단 한 장의 와일드카드도 사용하지 않았다.

방심은 금물이다. 이란은 이미 2002 부산 대회와 2006 도하 대회까지 두 번이나 한국의 발목을 잡은 전력이 있다. 또한 한국은 이미 한차례 긴장의 끈을 늦추는 우를 범하다 말레이시아에게 일격을 맞았다. 지난 17일 조별예선 2차전에서 피파랭킹 171위의 말레이시아를 상대로 파격적인 로테이션 시스템을 꺼내 들었다 1대 2로 충격의 패배를 당했다.

특히 유네스 델피는 집중 경계대상 1호다. 만 17세의 나이에 조별예선 3경기에 모두 선발출전 하는 등 출중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 열린 FIFA 17세 이하(U-17) 월드컵에서 독일을 상대로 2골을 기록하며 전 세계에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은퇴한 대표팀 선배 사르다르 아즈문(23·루빈 카잔)에 이어 이란 축구를 짊어질 차세대 스타로 떠오르고 있다.

20명의 모든 선수가 자국리그에서 뛴다는 것도 그들의 장점이다. 한국은 손흥민과 황희찬, 이승우 같은 여러 해외파 선수들이 제각각 복귀하며 팀 적으로 호흡을 맞춘 시간이 적었다. 하지만 그들은 개인 능력은 한국보다 훨씬 떨어짐에도 함께 발을 맞추며 팀 적으로 조직력을 갖출 시기가 충분했다.

신태용 전 감독 체제에 이어 이번 김학범 호에서도 수비의 핵을 담당하는 김민재가 경고 누적으로 출전이 불가능 하다는 것 역시 큰 변수다. 김민재는 김 감독 스리백 빌드업의 중심으로 공수의 균형을 잡아주는 선수다.

이란은 조별예선 3경기 동안 들쭉날쭉한 알 수 없는 경기력을 펼쳤다.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0대 0 무승부를 거뒀으며, 북한을 맞아 3대 0 대승을, 미얀마에겐 0대 2 패배를 당했다. F조 4팀이 모두 1승1무1패가 된 상황에서 이란이 골득실에서 +1로 0을 기록한 북한과 사우디아라비아를 앞질러 간신히 1위에 올랐다.

미얀마전 졸전 때문에 이란이 2위로 통과해 E조 2위가 확정된 한국과의 만남을 의도적으로 피하려는게 아니라는 분석 역시 제기됐다. 물론 이는 추측에 불과하지만, 확실한 것은 그들 역시 들쭉날쭉한 조별예선과 달리 토너먼트에선 180도 달라질 것이란 것이다. 시작된 가시밭길에서 첫 난관으로 대회 최고의 난적을 만났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