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필리핀 대 중국의 경기가 열리게 될 인도네시아 겔로라 붕 카르노(GBK) 바스켓홀. 필리핀 선수들이 자유투와 3점슛 등 팀훈련을 소화하는 가운데 느지막이 등장하는 선수가 있었다. 포워드보다 큰 196㎝의 가드, 미국프로농구(NBA) 소속으로 아시안게임에 참가하는 조던 클락슨이었다. 다른 선수들과 똑같이 유니폼 위에 가슴에 ‘필리핀’이 새겨진 슈팅저지를 덧입은 차림이었다.
동료들과 주먹을 맞부딪히며 인사를 나눈 그는 농구공을 잠시 만져 보더니 누군가를 알아보고 귀빈석으로 향했다. NBA 선배인 야오밍과 악수를 한 뒤 다시 코트로 돌아왔다. 야오밍은 중국 농구협회장으로서 아시안게임에 와 있다.
클락슨은 다른 선수들이 차례로 슛을 던질 때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리지 않았다. 대신 코트 구석에 드러눕다시피 하며 나름의 방법으로 스트레칭을 했다. 경기장 내에 힙합 음악이 흐르자 고개와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리듬을 타는 여유도 보였다. 약 30분 뒤 클락슨은 일어서서 하프라인 쪽 공간으로 이동했다. 그곳에서도 혼자 농구공을 드리블하며 본인의 루틴대로 팀원들과 달리 몸을 풀었다.
오른손 드리블, 왼손 드리블, 양손 드리블을 차례로 한 그는 하프라인을 따라 드리블을 하며 달리기 시작했다. 왼쪽과 오른쪽으로의 방향 전환과 스핀무브를 절반씩 똑같이 점검했다. 정적이었던 드리블은 이내 거칠어졌다. 클락슨의 농구공은 때로 중국 선수들이 몸을 푸는 반대쪽 코트로 넘어갔다. 중국 선수들은 이따금 클락슨의 드리블하는 모습에 시선을 줬다.
클락슨은 드리블 루틴을 끝낸 뒤 공을 들고 골밑으로 이동했다. 그는 골대 바로 밑에서 슈팅을 하기 시작해 한 걸음씩 뒤로 이동하는 식으로 슛 거리를 늘려 갔다. 마지막에는 3점슛 라인과 하프라인의 사이 정도 거리에서도 슛을 던졌다. 그는 자신이 원하는 만큼 3점슛을 성공한 이후에야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겨 슈팅을 시도하는 모습이었다.
경기가 열리기 1시간여 전부터 관중들은 관중석에 입장했다. 클락슨이 가까이 오면 관중들은 스마트폰을 꺼내들어 사진을 찍었다. 슈팅을 하기 시작한 클락슨은 관중들의 탄성에는 크게 반응하지 않고, 골대에 시선을 집중했다
자카르타=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