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파일] 기관지확장증 잡는 한약, ‘김씨녹용 영동탕’

입력 2018-08-21 17:20

기관지확장증은 기관지가 늘어져서 호흡기능을 손실하는 병이다. 기관지가 정상보다 넓어졌거나 좁아진 것을 의미한다.

한의학에서는 기관지확장증이 생기는 이유를 기관지천식과 같은 병증으로 보고 알레르기와 입호흡 습관 등 몇 가지로 나눠 설명하고 있다.

첫째 어려서부터 알레르기성 비염 혹은 만성 축농증 등 코막힘에 따른 입호흡 습관이 폐 면역이나 폐기능을 약화시켜 기관지 발달을 방해한 경우에 생기기 쉽다.

둘째 선천적으로 호흡기 기능을 허약하게 타고나서 늘 감기를 달고 살며 만성 기침으로 고생을 하는 사람일수록 기관지확장증, 기관지천식 등 기관지질환이 잘 생긴다.

마지막으로 셋째 폐기(肺氣)와 정기(正氣)가 부족해지면 외부 침투 세력(바이러스 또는 세균)을 물리치는 방어 시스템은 물론 저항력이 약해지고 그 영향으로 기관지질환이 생길 수도 있다.

반면 현대의학에서는 폐렴, 폐결핵, 만성 기관지염을 앓은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 기관지질환이 발생하기 쉽다고 풀이한다.

여기에 담배 흡연, 미세먼지 노출, 알레르기 물질 흡입 등 환경문제가 겹치면 사태가 더욱 심각해진다.

기관지 확장증은 한두 달만에 생기는 병이 아니고 10~20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며 악화되는 병이다. 따라서 치료도 단기승부로 결정지으려 하기보다 1년 이상 충분한 시간을 두고 장기적으로 임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참고로 환자들이 알아둬야 할 기관지 점액의 변화는 가래로 판별한다. 1단계는 묽고 흰색, 2단계는 진득하고 누런 화농성, 3단계는 군청색, 4단계는 핏빛을 띤 혈농성이다. 혈농성 담은 기침을 할 때 기관지 내벽이 터져 피가 섞여 나온다는 신호다. 지체하지 말고 전문가를 찾아 적절한 처치를 받도록 해야 한다.

기관지확장증의 치료는 폐를 맑게 해주는 청폐(淸肺), 면역력 및 기능 회복 그리고 재생 순으로 이뤄진다. 한방에선 이들 조건을 모두 충족시키는 약재들을 복합, 처방하는 방법으로 치료를 도모한다.

필자가 주로 사용하는 처방은 ‘김씨녹용 영동탕’이다. 40년간 100만여 명에게 투약, 안전성과 약효를 검증한 한약이다. 그간 임상연구결과가 한국 중국 대만 일본 등 동양권은 물론 미국, 캐나다 등 서구권에서 열린 동양의학 관련 국제 학술대회에 발표돼 여러차례 주목을 받았다.

치료 기간은 평균 1~2년이지만, 환자에 따라선 증상이 아무리 심해도 3~4개월 정도 복용하면 효과를 보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한 예로 의사 권모(60·여·서울 강남구) 씨를 들 수 있다. 한의원에 왔을 때 주 증상으로 만성 기침과 가래를 호소했다. 문진 결과 담배를 40년 이상 피웠고 어려선 알레르기성 비염과 축농증을 앓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만성적인 코막힘 때문인지 코로 숨을 쉬지 못하고 입으로 호흡하는 습관도 갖고 있었다.

권씨는 그동안 동네 내과의원을 방문, 진해거담제 중심으로 치료를 했으나 약을 먹을 때만 반짝할 뿐, 금방 증상이 재발하는 일진일퇴를 거듭했다고 털어놨다.

약국에서 용각산 등 가래를 삭히는 약을 사서 수시로 복용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급기야 ‘색색’ 하는 천명음과 함께 호흡곤란 증상으로 병원에 입원했다가 퇴원하기를 수차례 반복하게 됐다.


한의학적으로 볼 때 전형적인 ‘허열기단(虛熱氣短)’증으로 판단됐다. 특히 김씨녹용 영동탕이 잘 듣는 병증이다. 권씨에게 일단 김씨녹용 영동탕 한달 분을 복용해보라고 권했다.

약 복용 첫 한 달은 되레 가래가 더 나오고 기침도 더 심해지는 듯했다. 그러나 이는 명현현상이라고 해서 일종의 호전반응에 해당된다. 녹이 잔득 낀 굴뚝(기관지)을 깨끗이 청소하는 작업 중에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말하자면 가래를 원활히 배출하기 위한 정지작업과 같은 것이란 얘기다. 실제 권씨의 기침은 치료 두 달째에 접어들면서 눈에 띄게 잦아들기 시작했다.결국 약 복용 두 달만에 권씨는 만성 가래와 기침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나는 변화를 몸소 체험했다.

권씨는 이후 기관지 면역과 기능을 회복하고, 망가진 점막조직을 재생시키는데 도움이 되는 약을 1년간 더 복용했다. 약 복용 1년 뒤 권씨는 잃었던 입맛을 되찾았다. 소화력도 예전처럼 좋아졌고, 체중도 치료 전후 42㎏에서 53㎏으로 늘었다. 전신 피로 무기력감 우울증도 덩달아 호전됐다.

난치성 기관지질환도 주치의를 믿고 꾸준히 치료하면 극복할 수 있음을 권씨 사례는 보여주고 있다. 정리=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